원자재값 폭락… 중남미경제 ‘휘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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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노동자 부족, R&D투자 바닥
2014년 성장률 1.3%… 2015년 2.2% 전망… 美금리인상 따른 투자이탈도 심각

2000년대 원자재시장 호황으로 고성장을 구가한 중남미 경제가 원자재 수출 감소에다 최근 유가 하락까지 겹쳐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원자재 수출비중이 높고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영향이 심각한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는 중대 고비에 놓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두 나라가 올해와 내년 모두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저유가 국면에서 숙련 노동자 부족, 연구개발(R&D) 투자 저조, 포퓰리즘 정책 등 구조적 문제가 심각해 중남미 경제가 상당 기간 고전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03∼2010년 연평균 5% 성장했던 중남미 경제가 올해 1.3%, 내년 2.2%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최근 예측했다. ‘중남미 우등생’으로 평가받던 칠레와 페루도 올해 각각 2.0%, 3.0% 성장에 그쳐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광고회사 WPP의 마틴 소렐 회장 등은 “2010년대는 중남미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중남미 시대는 열리다가 닫히는 셈이다.

중남미의 원유 철강 대두 구리 수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올 11월 브라질 무역수지는 24억 달러 적자를 냈다. 이는 11월 기준으로 1994년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아르헨티나의 산업생산은 15개월 연속 하락세라고 브라질 일간 ‘우 이스타두 지 상파울루’가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의 한 컨설팅업체는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민간기업 3곳 중 1곳꼴로 인력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나라는 지난해 말과 유사한 상점 약탈 등 대규모 폭동을 우려하고 있다.

중남미 각국 생산성은 숙련 노동자 부족과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한때 ‘유럽의 병자’로 불렸던 동유럽 국가에 추격당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남미 민간기업의 신제품 생산능력은 다른 신흥시장의 경쟁 기업보다 20% 낮다. 폴란드 기업의 90%가 1년간 최소 1개의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지만 멕시코에서 이런 기업은 40%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미국 금리인상 가시화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고금리를 노려 이 지역에 들어왔던 투자자금이 본격 이탈하는 것도 허약한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인 R&D 비용도 중남미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의 하나다. 유엔에 따르면 2013년 중남미와 카리브해 국가 전체의 특허 출원은 1200건으로 같은 기간 한국(1만2400건)의 10%에 불과하다. 미국은 5만7000건이었다. 이 상태로는 중남미의 구글이나 애플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유엔은 분석했다.

아우구스토 데 라 토레 세계은행 중남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호황 종료와 미 금리인상에 따른 차입비용 증가는 중남미 경제 부진의 단골 패턴”이라며 혹독한 구조조정이 없으면 저성장이 고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원자재값#폭락#중남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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