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전문가’ 카터 美국방 내정… 포용보다 압박에 무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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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후보들 고사로 막판 낙점… 1998년 페리보고서 작성 참여
징병제 폐지 세대 출신 첫 국방
오바마 대북 압박 기조 유지 전망, 공화도 호감… 인준청문회 통과할듯

미국 언론이 2일 일제히 차기 국방장관 내정자라고 보도한 애슈턴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은 북한 핵 문제에 일찍부터 발을 담근 ‘펜타곤 내 지한파’다. 1993∼96년 국방부 국제안보정책 담당 차관보를 지낸 그는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하던 1998년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함께 ‘페리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페리 보고서는 미국이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와 북한이 원하는 북-미 관계 정상화 등을 한꺼번에 맞바꾸는 북핵 문제의 포괄적 해법을 담았다. 학계와 관계를 수시로 오갔던 카터 전 부장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해 노력했던 2006∼2008년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국무장관의 참모 역할을 해 역시 ‘대화파’의 자리에 섰다.

하지만 그가 마냥 대북 포용론자는 아니었다. 북한이 2006년 7월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자 페리 장관과 함께 시사주간 타임에 기고문을 싣고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설에 정밀 타격(surgical strike)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징병제 폐지 세대에서 처음으로 나오는 국방장관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남북전쟁과 제1, 2차 세계대전, 1948∼1973년에 징병제를 실시했다가 1973년 베트남전이 끝나면서 모병제로 전환했다. 예일대에서 12세기 중세사를 전공해 1976년 졸업한 카터 전 부장관은 실제로 군복을 입은 적이 없다. 카터 전 부장관은 로즈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국방부에 무기 분석관으로 들어온 뒤 구매·기술·병참 담당 차관 등 기술 분야에서 일했다. 직업 경험도 다채롭다. 11세 때 세차장에서 일한 것을 시작으로 고기잡이배에서 일하기도 했고 간호병, 자살예방 전화상담사 등 다양한 직업을 경험했다.

미 언론은 지난달 24일 척 헤이글 국방장관 경질이 전격 발표된 뒤 여러 유력 후보가 고사한 결과 그에게 자리가 돌아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 온 인물로 상원 인준청문회 통과에 별다른 지장이 없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그가 국방장관이 된 뒤 포용보다는 압박에 대북정책의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카터 전 부장관의 내정은 백악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헤이글 국방장관의 경질 자체가 국방정책을 장악하려는 백악관 참모들의 뜻이 관철된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 등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북핵#카터#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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