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발병국 남성, 국내입국뒤 잠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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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관찰 대상자 9일째 행방 묘연
대구공항서 부산으로 간뒤 사라져… 입국 당시 의심 증세는 없어
당국 “잠복기 3주… 수배 조치”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국인 라이베리아 국적의 남성이 최근 국내에 들어온 뒤 잠적해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과 출입국관리사무소가 행방을 뒤쫓고 있지만 일주일 동안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라이베리아는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서부아프리카 지역 국가다. 바이러스 잠복 기간이 21일(3주)이기 때문에 이 남성의 감염 여부를 추적 관찰해야 하지만 보건당국은 아무런 조치도 못하고 있다.

20일 경찰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라이베리아인 선박기술자 두쿨리 마마데 씨(27)가 6일 라이베리아를 출발해 케냐와 중국 상하이(上海) 국제공항을 거쳐 13일 대구국제공항에 입국했다. 당시 포항검역소 대구국제공항지소가 체온 확인과 문진 등을 한 결과 에볼라 의심 증세가 없어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는 90일간의 국내 체류를 허가했다. 그는 입국 당시 작성한 문진표에 보건당국이 21일간 추적 관찰을 할 수 있도록 머물 호텔 연락처를 적었다.

마마데 씨는 부산의 중고선박 중개업체 K사의 초청으로 입국했다. 예인선 3척을 구매하기로 하고 엔진 노후화와 선박 상태를 확인한다는 명목이었다. 체류 기간에 선박 구매 양해각서도 쓸 계획이었다.

그는 입국 후 K사의 관계자를 만나러 부산으로 향했다. 원래 숙박할 예정이던 부산 중구의 호텔은 비싸다는 이유로 가지 않고 부산진구의 한 모텔 방을 얻었다. 하지만 당일 잠을 자지 않고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K사는 14일 오후 4시경 부산진구 범천1파출소에 실종 신고를 했다.

부산진경찰서 외사계 관계자는 “마마데 씨가 체류 일정이 꽤 남았는데도 100달러(약 10만 원)만 환전하고 숙소를 싼 곳으로 갑자기 바꾸는 등 불법 체류를 목적으로 도주한 정황이 크다. 행적을 쫓고 있지만 영세업체에 취업해 숨는다면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검역 업무 지침에 따르면 입국 이후 추적 조사는 질병관리본부와 관할 지자체 보건소가 맡아야 하지만 마마데 씨가 사라져 현재 에볼라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에볼라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해당 지역 국민이라고 무조건 검사를 하거나 격리할 수 없다. 연락처를 확보했지만 당사자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데 대한 대비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는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수배를 내려 단속에 나섰지만 소재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또 경찰과 함께 K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e메일과 전화 등으로 선박 매매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돼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라이베리아가 사증(출입국 허가 증명) 면제 국가이기 때문에 90일간 체류 허가가 났지만 현재 연락이 끊어진 상태라 불법 체류자로 수배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jang@donga.com

부산=조용휘 / 김수연 기자
#에볼라 바이러스#라이베리아#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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