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은행’ 초대총재 인도인… 본부 상하이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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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국 100억달러씩 내 2016년 출범… 중국, 최대지분 요구하다 막판 양보

미국 주도의 기존 국제금융질서의 대항마로 떠오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은행’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이 최대 지분을 요구하다 양보하면서 회원국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15일 브라질 포르탈레자 시에서 제6차 브릭스 정상회의를 열어 ‘신개발은행(NDB)’ 설립을 공식 발표하고 협정에 서명했다.

NDB는 5개국이 100억 달러씩 균등 출자해 500억 달러의 초기 자본금으로 출발한 뒤 1000억 달러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초기 자본금 중 100억 달러는 현금이고 나머지는 현물로 출자해 2016년 공식 발족한다.

은행 본부는 중국 상하이(上海)에 두되 초대 총재는 인도인이 맡는다. 총재 임기는 5년이며 회원국이 돌아가며 수행한다. 중국 21세기경제보도는 “중국이 주주 구성에서 일정 부분 양보하는 대신 상하이에 본부를 유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NDB는 브릭스가 아닌 나라의 주주 참여도 허용할 예정이지만 자본금이 늘어나더라도 브릭스 5개국의 지분을 55%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5개국 정상은 1000억 달러 규모의 위기대응기금도 조성하기로 했다. 경제위기 때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목적이다. 중국이 410억 달러, 브라질 인도 러시아가 각 180억 달러, 남아공이 50억 달러를 낸다. 중국은 최대 출자국이지만 대출 한도는 출자금의 절반으로 한 반면 남아공은 출자금의 배를 받도록 조정했다. 나머지 국가의 대출 한도는 출자금 액수다.

NDB가 지금의 세계은행(WB) 역할을 한다면 위기대응기금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브릭스 국가는 전 세계 무역액의 15%, 국내총생산(GDP)의 21%, 국토 면적의 26%, 인구의 42%를 점하고 있다”며 이 나라들이 자체 국제금융 시스템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겉으로는 다른 4개국과 동등한 지위를 갖지만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토대로 양대 조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리오단 로에트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중국이 NDB를 지배할 것이 분명하다.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도 못할 거라면 이 모험에 간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릭스가 성공적으로 금융협력의 첫발을 떼었지만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회원국 간 정치·경제적 격차가 크고 이해가 서로 다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경제규모가 남아공의 24배나 돼 내부 권력을 공평하게 배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 맹주를 놓고 중국과 경쟁하는 인도는 NDB 본부를 뉴델리에 유치해야 한다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독주와 다른 회원국의 견제도 분열 요인이다. 미 경제단체 미주위원회의 에릭 판스워스 부대표는 “중국이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면 브릭스에 잠재된 균열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 전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브릭스#인도#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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