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미국 연방정부 세출법안에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라’는 메시지를 우직하게 밀어 넣은 마이크 혼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은 며칠째 한국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이번 일로 더 유명해진 혼다 의원을 보고 ‘올해 11월 8선에 도전하는 혼다가 한 건 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혼다 의원이 위안부 문제에 나서는 것은 당선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그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에는 한국계와 중국계 못지않게 일본계가 많이 산다. 할아버지의 나라 일본을 ‘욕보이는’ 혼다 의원에게 일본계 유권자들의 눈길이 고울 리 없다. 선거에서 결정적인 정치헌금은 한국계와 중국계보다는 일본계에서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은 선거자금 규모가 당락을 결정한다.
그런데 위안부 문제는 일본계 유권자는 물론이고 보통 미국인들의 표를 모을 수 있는 관심 사항이 아니다. 1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세출법안에 위안부 결의안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것이 한국에서는 연일 큰 뉴스지만 미국 언론은 제대로 눈길을 주지 않는다.
선거를 치르는 정치인들이 ‘표가 되면 뭐든지 하고 표가 안 되는 일은 뭐라도 안 하는’ 행태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돈도, 표도 안 되는 위안부 문제에 혼다 의원이 나서는 것은 오로지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약자들’의 편에 서기 위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6월 뉴저지 주 팰리세이즈 파크를 찾아 위안부 기림비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일본 정부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낼 때까지 행보를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대략 7개월이 지난 15일 미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위안부 결의안 실행을 촉구하라는 ‘명령’을 넣은 2014년 세출법안을 통과시켜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혼다 의원은 2001년 9·11테러 당시에는 미국 여론이 전체 아랍인들을 백안시하는 분위기에 반기를 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단지 일본계라는 이유만으로 콜로라도 주 강제수용소에서 유년기 4년을 보냈던 그는 정치인이 된 뒤 사회적 약자를 부당하게 대하는 어떤 인권 침해도 단호하게 거부해왔다.
혼다 의원은 15일 하원에서 세출법안이 통과된 뒤 한국 언론의 모든 인터뷰 요청을 겸손하게 사양했다. 할 일을 했는데 자랑할 게 없다는 뜻인 듯하다. 표와 이권만을 앞세우지는 않았는지, 국민의 선택을 받은 자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선 자랑을 일삼지는 않았는지 혼다 의원은 미국과 한국의 의원들에게 자기성찰의 기회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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