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 시작]美 경제회복 자신감… 불확실성도 걷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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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온건한 출구전략, 버냉키 “초저금리 유지… 긴축 아냐”
日-EU는 양적완화 정책 지속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결정은 미국 금융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었다. 돈줄을 조이는 이 결정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완화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신호탄으로 여겨져 왔지만 미국 시장은 이를 반색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월에 처음으로 출구전략 단행을 시사한 이후 가슴 졸이며 ‘그날’을 저울질해왔던 시장에 불확실성을 제거해줬기 때문이다. 당초 예상(150억 달러)보다 적은 100억 달러를 줄이기로 한 ‘온건한 출구전략’도 시장에서 환영받았다. 여기에다 벤 버냉키 의장이 18일 “이번 결정으로 통화긴축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시장은 무엇보다 이번 결정으로 출구전략을 단행해도 버틸 수 있을 만큼 미 경제가 체력을 회복해가고 있다고 받아들였다. 연준도 출구전략의 결정적인 배경이 미 경제 회복세라고 밝혔듯이 각 경제지표도 뒷받침했다. 금융위기 이후 2009년 10월 1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이 올 11월 7%까지 떨어졌다. 11월 미국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전월 대비 22.7% 늘어난 109만1000건으로 최근 6년 사이에 가장 많았다. 또 정치권이 재정 감축안을 합의하는 등 출구전략의 걸림돌로 여겨졌던 정치 리스크가 걷히고 있는 점도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됐다.

미국 등 선진국 투자가들은 연준이 출구전략을 시사한 이후 신흥국에서 서서히 달러 투자금을 빼오고 채권 매입을 줄여왔기 때문에 시장에 큰 충격은 없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 손성원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 ‘닥터 둠’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 등 많은 전문가는 양적완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채권 매입 규모를 연준이 경기 상황에 따라 소폭 줄였다가 다시 늘리는 방식으로 ‘상시적인 양적완화’가 수년간 이어진다는 것이다. 경제지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아직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꼽힌다. 버냉키 의장이 이날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한 것도 통화긴축 우려에 따른 경기 재침체 가능성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번 결정으로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이 통화 긴축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일본은 지난해 말 기준 138조 엔(약 1400조 원)이었던 화폐 공급 총량을 내년 말까지 270조 엔으로 늘린다는 사상 최대 금융완화를 올해 4월 발표한 바 있어 출구전략을 앞당길 가능성이 희박하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 및 통화정책위원회에 출석해 “ECB에 출구전략은 아주 먼 얘기”라며 “필요하다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경제 침체를 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witness@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미국#양적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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