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쇼크… 금융시장 ‘트리플 약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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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하반기 축소-내년 중단” 美 출구전략 못박자 세계증시 급락
코스피 2% 하락… 환율 연중 최고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경기부양을 위해 풀었던 자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처음으로 공식화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가까이 이어진 글로벌 경제의 양적완화 시대가 끝난다는 시그널에 각국의 금리가 급등하고 세계 주요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버냉키 의장은 19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정례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 경제가 연준 전망대로 간다면 하반기에 양적완화 규모를 줄인 뒤 내년 중반쯤 이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제가 적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뗄 것”이라며 “대다수 연준 위원은 첫 번째 금리 인상 시기를 2015년 정도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속도 완화’ ‘중단’이라는 명확한 용어를 사용해 올 하반기 양적완화 규모 축소, 2014년 중반 양적완화 종료, 2015년 통화긴축이라는 ‘3단계 출구전략’의 일정을 밝힌 것이다.

이날 연준이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던 국제 금융시장은 정반대의 발표에 공황(패닉)에 빠졌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06.04포인트(1.35%) 폭락한 15,112.19에 거래를 마쳤다. 20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전날보다 1.74%, 2.77% 급락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증시는 2% 안팎씩 하락하고 이들 나라 화폐의 통화가치도 급락했다.

또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0.15%포인트 급등한 연 2.334%를 기록해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중국의 상하이 은행 간 금리(SHIBOR·시보)는 전날보다 5.78%포인트 급등한 13.44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주가, 원화가치, 채권 가격이 동반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탈 우려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9원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114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7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코스피는 1,850.49로 전날보다 37.82포인트(2.0%) 하락해 하루 사이 시가총액이 23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3년 만기 국채금리가 0.13%포인트 급등한 2.94%로 오르는 등 시장금리도 급등세를 보였다. 19일(뉴욕 현지 시간) 한국의 국가부도위험 수준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0.925%포인트로 급등해 올 2월 북한 핵실험 때보다 높아졌다.

뉴욕=박현진 특파원·문병기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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