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가, 자고나면 터지는 사생아 스캔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2일 03시 00분


6선 도메니치 前상원의원… 친구 의원 딸과 34년전 불륜
오바마 연설때 트위터 들킨 코언 의원 “사생아 딸과 트윗”
WP “연일 터져 뉴스도 안돼… 깨끗이 인정땐 비난도 잠잠”

“워싱턴 정가의 도덕적 타락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만 잘하면 됐지, 사생활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근 미국 유력 정치인의 사생아를 둘러싼 스캔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도덕성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피트 도메니치 전 상원의원(80·공화·뉴멕시코)은 “34년 전 24세 여성과 혼외정사로 아들을 낳았다”며 “내 행동을 후회하고 있으며 아내에게 깊이 사과한다”고 20일 공개적으로 밝혔다.

도메니치 전 의원의 불륜 스토리는 “마치 삼류 드라마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도메니치 전 의원은 2010년 건강 문제로 정계를 은퇴했지만 상원 재직 당시 예산위원회,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6선의 정치인이다.

그가 불륜 관계를 맺어 아들까지 낳은 상대는 12년 동안 상원에서 재직한 ‘절친’ 폴 랙솔트 전 의원의 딸 미셸. 뛰어난 미모의 미셸은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워싱턴 50대 로비스트에 들 정도로 출중한 정치력도 갖추고 있다. 미셸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아버지와 내 아들의 아버지가 모두 상원의원이어서 아들을 공개할 수 없었다”며 “30년 전 하룻밤의 실수를 책임지고 미혼모로 살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어머니의 성을 물려받은 아들 애덤은 네바다의 유명 변호사로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도메니치 전 의원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당시 “정치인은 도덕적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탄핵을 주도했던 인물. 그래서 사생아 아들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50년 넘게 결혼 생활을 한 아내와의 사이에 8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뒤늦게 사생아 아들 사실을 공개한 것에 대해 도메니치 전 의원은 “적대세력으로부터 협박을 받아 먼저 공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63세의 스티븐 코언 하원의원(민주·테네시)은 12일 대통령 국정연설 때 사생아 딸과 트위터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우연히 방송 카메라에 잡혀 곤욕을 치렀다. 당시 ‘해피 밸런타인데이,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공개된 뒤 상대가 누구인지 밝히라는 압력이 거세지자 “24년 전 낳은 딸”이라며 “딸이 있다는 사실을 나도 몇 년 전에야 알게 됐다”고 밝혔다. 딸 빅토리아 브링크는 현재 수영복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15일에는 8선의 미국 최장기 상원의원으로 흑백 인종분리 정책을 지지했던 고(故) 스트롬 서먼드 의원의 흑인 혼혈 딸 에시 매 워싱턴윌리엄스가 87세의 나이로 사망해 화제가 됐다. 서먼드 의원과 흑인 하녀 사이에 태어난 워싱턴윌리엄스는 2003년 서먼드 의원이 100세를 일기로 사망하자마자 “나는 서먼드 의원의 숨겨 놓은 딸”이라는 기자회견으로 유명해졌다. 서먼드 의원은 사생아 딸 소문이 돌 때마다 이를 부정해 왔다. 워싱턴윌리엄스는 아버지인 서먼드 의원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학비도 대주고 의원 사무실에도 놀러 오게 해주는 등 “나름대로 좋은 아버지였다”고 회고했다.

2004년 존 케리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부통령 후보였던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도 불륜 관계에서 태어난 자녀들을 몇 년 동안 숨겨 키워 온 것으로 드러나 정치인의 도덕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워싱턴포스트는 “정치인의 섹스 스캔들이 연일 터지는 워싱턴에서 사생아 논란은 별로 놀라운 사건이 아니다”라고 20일 지적했다. 정치적 업적이 탄탄하고 사생아 자녀를 둔 사실을 먼저 깨끗하게 인정하면 여론의 도덕성 비판 수위가 낮아진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워싱턴#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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