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드론 공격 정당성’ 본격 조사… “민간피해 확인땐 책임 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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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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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등 요구로 착수… 美무인기 공격사례 등 수집, 10월 유엔총회때 결과 보고

유엔이 미국 등의 무인기(드론) 공격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다. 특히 드론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실태를 처음으로 파헤쳐 잘못이 드러나면 운용 국가의 책임도 묻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드러냈다.

유엔 테러리즘 및 인권 특별조사위원인 벤 에머슨 씨는 24일 영국 런던에서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 등이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드론 정책이 국제법적 정당성을 갖고 있는지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군사 및 비(非)군사적으로 광범하게 사용되는 드론 정책은 국제인권법과 국제난민법 등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며 “무인기 기술이 발달하고 사용 횟수도 늘어나 이를 규제할 새로운 국제법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사례가 이미 드러난 미국과 이스라엘뿐 아니라 중국 이란을 비롯한 51개국이 무인기 폭격 기술을 갖춘 만큼 조사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2004년 이후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드론 공격으로 많은 사상자를 낸 파키스탄 등 3개국의 요구로 시작됐다. 런던 소재 언론단체인 탐사보도국(BIJ)은 언론 보도, 해당 정부 발표, 자체 취재를 통해 2004년 이후 드론 공격으로 파키스탄에서만 최소 2629명에서 최대 3461명이 사망했으며 이 가운데 민간인은 확인된 것만 473명에 이르며 최대 891명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에머슨 특별조사위원은 파키스탄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소말리아 예멘 등에서 벌어진 무인기 공격 가운데 25가지 사례를 중점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의 주요한 목적은 무인기 공격이 이례적으로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낼 수 있는지 증거를 수집해 국가들에 준수사항을 제시하는 것이다.

에머슨 특별조사위원은 “심각한 잘못이 드러나면 (무인기 운용 국가의) 배상과 책임을 묻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드론을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드론 옹호론자들은 정밀 타격으로 민간인 사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명확한 규제 내용이 없어 남용될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최근 미 외교협회가 주관한 전화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1기 정부에서 국가정보국장을 지냈던 데니스 블레어 씨조차도 “지금까지 드론 정책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 미국은 민주국가로 좀 더 투명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프 헤인스 유엔 특별기록관은 지난해 6월 유엔 인권위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최근 3년간 미국의 드론 사용이 급증했음을 지적하며 즉시 공식 조사에 착수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에머슨 특별조사위원은 조사 결과를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조사팀은 드론에 의한 민간인 피해를 전범(戰犯)으로 볼 수 있느냐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유엔 조사의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처음으로 드론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유엔#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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