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회장, 인터넷 암흑의 땅에 가는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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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슈밋 회장, 리처드슨 前주지사와 이르면 이달 중 방북”
北억류 미국인 석방논의 예상… 인터넷사업 타진할지 주목

미국 인터넷 기업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과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이르면 이달에 북한을 방문한다.

AP통신은 3일 서울발 기사에서 익명을 요구한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슈밋 회장이 리처드슨 전 주지사가 이끄는 사적·인도주의적 목적의 방북에 동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서울의 한 외교 소식통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구글 측이 슈밋 회장의 북한행 항공권을 구입하는 등 방북 준비를 사실상 끝마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들은 리처드슨 전 주지사가 지난해 11월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배준호(미국명 케네스 배) 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 관리들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며 배 씨를 직접 만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배 씨를 간첩혐의로 억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방북은 이번이 9번째. 이 중 1994년에는 보비 홀 준위, 1996년엔 에번 헌지커 씨 석방 협상을 위한 목적으로 방북했다. 최근 방북은 2010년 12월 연평도 포격 사건과 북한의 우라늄 농축 위협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이번 방북에는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수석 고문으로 북한 인맥이 두꺼운 토니 남궁 박사가 2010년 때와 마찬가지로 동행한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와 슈밋 회장의 방북은 지난해 말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논의가 이뤄지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가운데 진행되는 것. 북한이 이번 방북을 고리로 미국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억류한 미국인 석방 문제를 북-미관계에 적절히 활용해왔다. 200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해 억류 여기자 2명을 석방한 것을 계기로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글의 대외업무를 맡고 있는 슈밋 회장이 방북하면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회장이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통제가 엄격한 나라를 방문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AP통신은 평가했다. 북한은 2000년대 초 광케이블망으로 전국 관공서를 연결했지만 외부와 단절된 ‘인트라넷’ 형태로 운영해 일반 주민은 인터넷을 쓸 수 없다. 이로 인해 벌써부터 방북 성과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북한이 인터넷 활성화를 놓고 구글과 협력할 접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구글이 북한에서 새로운 사업 계획을 시도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며 “구글이 북한의 정보 폐쇄성을 뚫고 들어가는 작은 첫 행보가 된다면 매우 흥미 있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글과 북한은 2년 전 첫 인연을 맺었다. 북한 경제대표단은 2011년 4월 미 민간단체 ‘아시아파운데이션’의 초청으로 구글 본사를 방문한 바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조숭호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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