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실시된 이집트 새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한 유권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집트의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등 지역에서 진행된 이날 1차 투표는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 간 대립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일촉즉발의 대립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이집트 사태는 재스민 혁명으로 ‘아랍의 봄’을 맞은 지 2년이 됐지만 아직도 국가 정상화나 민주화가 정착되는 데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집트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는 감독인원 부족으로 15일과 22일 이틀간 나누어 실시된다. 투표 감독을 담당하는 판사들이 새 헌법에 반대하며 감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15일 투표는 우려와 달리 유혈 충돌 없이 진행됐다. 무슬림형제단은 자체 조사 결과 이들 지역에서는 약 56.5%가 새 헌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발표했다. 하지만 무르시 반대세력 등 야권은 투표소에서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고 주장하고 나서 선거 후 양측 갈등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된 후 새롭게 부상한 이슬람 세력과 민주화를 주장하는 세속주의자 등 야권 세력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야권은 이슬람 극단주의자인 살라피스트는 물론이고 온건 이슬람 세력까지 가세해 이집트의 이슬람 국가화를 강화하면서 혁명을 거스르려 한다고 비판한다.
‘재스민 혁명’의 발원지인 튀니지는 경제난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민주화 운동의 기폭제가 됐던 과일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 2주기인 17일에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정돼 있다. 부아지지가 분신했던 중부 도시 시디부지드 주민들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실업률을 포함해 진 엘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 축출 전과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중앙정보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튀니지의 실업률은 19%로 혁명 이전에 비해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집권한 온건 이슬람 성향의 엔나흐당은 연정파트너인 공화의회당 등 세속주의 정당과의 갈등까지 겹쳐 연정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치열한 내전 끝에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됐지만 내전 당시 각 지역에서 세력을 키운 민병대가 통제되지 않아 치안 불안 문제가 심각하다. 혼란을 틈타 살라피스트들도 다른 이슬람 종파 및 세속주의자들을 상대로 폭력을 일삼고 있다. 치안이 불안하자 국민들의 총기 소지도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무스타파 아부 샤구르 총리는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리비아인 1명당 최소 4정의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최근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랍의 봄 2년을 맞아 상당수 국가에서 ‘혁명 열기가 식자 국가 운영이라는 현실적 어려움에 부닥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흐무드 지브릴 전 리비아 총리는 “최근 42년 동안 카다피가 곧 국가였다. 그가 죽자 국가도 같이 죽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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