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시대 개막]시진핑 “부패 척결”… 매서운 사정 바람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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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정치국 25명 확정

중국 공산당은 15일 ‘제18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8기 1중전회)’를 열어 차기 5년을 이끌고 갈 최고지도부를 선출했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위원이 예상대로 9명에서 7명으로 줄었고 보수적 색채가 강해졌다. 하지만 25명의 중앙정치국 위원은 주요 계파 간 권력 균형이 어느 정도 이뤄졌고 개혁 성향의 인물도 적지 않다.

○ 상무위원은 상하이방 태자당… 정치국원은 공청단파 우세

1997년 이후 15년 만에 상무위원 수는 7명으로 복귀했다. 신임 상무위원 7명 중 비교적 보수적인 상하이방(上海幇)과 태자당의 ‘엘리트 연합’ 세력이 진보적인 공청단파(중국공산주의청년단 출신)보다 형식적으로는 5 대 2, 실질적으로는 6 대 1로 크게 우세한 편이다.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2명을 뺀 나머지 5명은 5년 뒤 물러나 5세대 지도부의 본격적인 등장이라기보다는 4.5세대 같은 성격이다.

이들을 제외한 중앙정치국 위원 18명은 공청단파가 약간 우세를 보였다. 상무위원 경쟁에서 탈락했지만 차기를 노릴 수 있는 리위안차오(李源潮) 중앙조직부장, 왕양(汪洋) 광둥(廣東) 성 서기뿐 아니라 류옌둥(劉延東·여) 국무위원도 유임됐다. 향후 중앙의 요직에 등용될 것이 확실시된다. 또 류치바오(劉奇보) 쓰촨(四川) 성 서기,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서기도 새롭게 진입했다. 상하이방에서는 멍젠주(孟建柱) 중앙공안부장과 한정(韓正) 상하이(上海) 시장, 왕후닝(王호寧) 중앙서기처 서기가 새로 진입했다. 공청단파가 상무위원회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는 모양새다.

궈진룽(郭金龍) 베이징(北京) 시 서기 등 나머지 인사는 계파가 중첩되거나 계파 구분이 어려운 인물들이다. 중앙조직부장 물망에 오르는 장춘셴(張春賢)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서기나 톈진(天津) 시 서기 이야기가 나오는 쑨춘란(孫春蘭) 푸젠(福建) 성 서기 등 테크노크라트들도 눈에 띈다.

신임 정치국원 중에서는 시 총서기의 비서실장 격인 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맡은 리잔수(栗戰書)가 눈에 띈다. 중앙후보위원에서 정치국원으로 2단계 승진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이던 전임 중앙판공청 주임 링지화(令計劃)는 중앙위원에 유임됐다. 리 주임에게 힘이 실린 것을 볼 수 있다.

○ 정치국 위원, 연소화 고학력화 추세

정치국 위원(상무위원 포함)의 평균 나이는 61.2세로 17기보다 평균 연령이 1세가량 낮아졌다. 평균 출생연도는 1951년이다. △1940년대 11명 △1950년대 12명 △1960년대 2명이다. 1940년대 생은 다음 당대회에서 물러난다.

또 ‘기술관료’가 줄고 인문 사회 분야의 전공자가 느는 추세도 유지했다. 박사학위 소지자 4명, 석사학위 소지자 10명이고 모두 전문대 이상의 학력이다.

10년 뒤 차세대 주자로 후춘화 네이멍구 자치구 서기, 쑨정차이(孫政才·49) 지린(吉林) 성 서기가 발탁됐다. 둘 다 49세로 6세대의 대표주자다. 또 쑨춘란 푸젠 성 서기가 들어와 류옌둥 국무위원과 함께 여성 정치국 위원은 2명이 됐다. 쑨 위원은 노동자로 출발해 당 서기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한편 관례와 달리 차기 중국 총리로 확정된 리커창 상무위원이 대외에 첫선을 보이는 자리에서 총서기로 등극한 시진핑에 이어 두 번째로 모습을 드러내 주목된다. 리 상무위원이 공식 서열 2위라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 그동안 총리는 실질 권력은 2위이나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 상무위원장에 이어 권력 서열 3위였다. 이 때문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항상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대 상무위원장 다음 자리에 있었다.

○ 사정 칼자루 누가 쥐나

시진핑 총서기는 15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당내 문제를 부패 척결로 시작했다. 이에 앞서 8일 후 주석은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 공작보고(업무보고)에서 “부패 척결이 안 되면 당과 나라가 멸망한다”고 강조했다. 공산당 내에 대대적인 사정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사정 선봉장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인 왕치산(王岐山) 상무위원이다.

왕 서기는 사실 사정과는 거리가 먼 경제통이다. 부총리를 지낸 장인 야오이린(姚依林) 때문에 태자당으로 분류된다. 왕 서기가 2000년 대대적 부패 척결에 나서면서 “백 개의 관을 준비하라”라며 배수진을 쳤던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노선을 따를지 주목된다. 왕 서기의 별명은 ‘리틀 주룽지’로 주룽지의 총애를 받았다.

당 밖의 칼자루는 공안과 법원, 검찰 등을 총관장하는 정법위원회 서기가 쥔다. 상무위원이 맡던 정법위 서기는 정치국원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법위 서기는 이번에 정치국원으로 승진한 멍젠주 공안부장이 유력하다고 한다. 멍 부장은 상하이 기계학원 출신으로 상하이방이다. 공안부장 후임은 궈성쿤(郭聲琨) 광시좡(廣西壯)족 자치구 서기가 물망에 오른다. 최고인민법원장(중국의 대법원장)에는 저우창(周强) 후난(湖南) 성 서기가 유력하다.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 출신의 정통 공청단파다.

○ 향후 일정은

중국의 권력 교체는 두 단계 과정을 거친다. 이번 당 대회와 18기 1중 전회를 통해 당직이 정해진 주요 지도자들은 내년 3월 전국인대에서 정부 직위를 받는다. 시 총서기가 국가주석, 리커창 상무위원이 국무원 총리가 되는 것도 이때다. 시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전국인대에서 국가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도 함께 넘겨받는다.

전국인대에 앞서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걸쳐 공산당 내부에서는 활발한 자리 조정이 이뤄진다. 당 고위 지도부가 결정된 후 아래로 연쇄적인 조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2007년 17대 당대회에서는 2회에 걸쳐 보직 조정이 이뤄졌다. 중국은 내년 2월 말까지 대대적인 인사 시즌이 계속된다.
:: 중앙정치국과 상무위원회 ::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25명(제18기 기준)으로 구성되며 최고위급 의사결정기구다. 한 달에 한 번가량 모인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정치국원 중에서 선출된 상무위원(18기 7명)으로 구성되며 국가와 당에 관계되는 모든 정책을 정하고 인사권을 장악하고 있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소집해 현안을 논의한다.

베이징=이헌진·고기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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