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 질긴 ‘세습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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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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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금지 공약 흐지부지
오노 前방위장관 등 거물들 잇따라 아들에 지역구 넘겨

일본 자민당의 거물 의원이 은퇴한 선거구를 자녀들이 대물림하는 ‘세습 사슬’이 질긴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

15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자민당은 최근 가가와(香川) 3구 지부장에 오노 요시노리(大野功統) 전 방위청 장관의 장남인 게이타로(敬太郞) 씨를 임명했다. 홋카이도(北海道) 12구 지부장에는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전 간사장의 장남인 아라타(新) 씨를 임명했다. 이들은 응모 형식을 거쳤지만 지부연합회 간부들의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뽑혔다.

9월 정계 은퇴를 표명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의 장남 다쓰오(達夫) 씨는 아버지의 지역구인 군마(群馬) 4구 지부장 공모에 참여했다. 후쿠다 전 총리는 “젊은이가 일하기 좋도록 후진에게 길을 양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식을 위한 은퇴였던 셈이다.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전 간사장의 차남인 도시나오(俊直) 씨도 아버지 지역구인 히로시마(廣島) 4구 지부장직에 응모했다.

자민당은 2009년 8월 총선 때 ‘세습 정당’이라는 비판 속에 정권교체 위기에 몰리자 3촌 이내 친족의 지역구 공인 및 공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당 안팎에서는 세습 의원들이 서민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지역구 사정에도 어둡다는 비판이 거셌다.

총선에서 야당 신세로 전락하자 세습 정치에서 파생된 파벌 정치와 자리 나눠먹기, 정치자금 나누기 등 구악 정치에 국민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그해 총선에서 당선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의원이 인기를 끌고 자민당의 재집권 가능성도 높아지자 세습 정치로 회귀하려는 당내 움직임이 다시 강해졌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최근 “친족이라서 안 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공정하고 공평한 절차를 담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세습을 용인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자민당은 최근 국민들의 눈초리가 따가워지자 앞으로는 후보자를 뽑을 때 지역구 당원 투표를 도입하겠다고 15일 발표했다. 하지만 의원 후원회가 강력한 힘을 갖고 있고 후원회 간부들이 조직 유지를 위해 대물림을 바라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평이다. 일본 중세의 다이묘(大名·지방 영주) 시스템이 자민당에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8월 총선에서 당선한 자민당 의원 119명 중 세습 의원은 절반에 육박하는 50명(42%)이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자민당#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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