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의 첫 민간인 대통령… ‘재스민’ 활짝 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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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무르시 대통령 당선

이슬람주의자이며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무함마드 무르시 자유정의당 후보(61)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후 이집트 국민이 뽑은 첫 민선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군부가 새 대통령의 핵심 권력을 군에 모두 이양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과도헌법’을 지난주 전격 발표하는 등 민간에의 권력 이양을 막으려는 조치들을 잇따라 취한 상태여서 앞으로 무르시 당선자와 군부 간에 심각한 갈등 및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무르시 당선자는 카이로대에서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해외파다. 자녀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시민권자다. 무슬림형제단 정치국 위원으로 1992년부터 활동하다 1995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무슬림형제단을 대표해 민주주의 개혁을 위한 사회활동에 참여했으며 2010년에는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함께 ‘변화를 위한 국민연대’ 활동을 하기도 했다. 무슬림형제단이 대선 후보로 정한 카이라트 샤티르가 테러 지원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후보 자격이 박탈되자 4월에 뒤늦게 대선 후보로 나섰다.

그는 지난달 23, 24일 1차 투표에서 서민층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아 1위를 했지만 과반은 하지 못해 이번 결선투표에 나섰다.

당초 선관위가 대선 결과 공식 발표를 예정일인 21일에 하지 않고 연기하자 무르시 후보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군부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선관위는 무바라크 시절 임명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결국 무르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됨으로써 재스민 혁명을 통해 이뤄낸 이집트의 민주화는 한 걸음을 성큼 내디디게 됐다.

1952년 군부 쿠데타 이래 군 출신이 대통령을 독점해온 전통도 마침내 깨졌다.

하지만 무르시 당선자가 무바라크 정권시절 과격 이슬람단체로 낙인찍혔던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후보라는 점에서 새 정부가 이슬람주의로 통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자유주의 세력이 중심이 돼 이뤄낸 지난해 유혈혁명의 열매를 이슬람주의자들에게 넘겨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실제로 무르시 당선자는 유세 과정에서 “이슬람주의가 (현재 이집트를 안정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란 선거 구호를 내세우고 이슬람학자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이들에게 국회에 조언하는 자격을 줄 것을 제안하는 등 이슬람주의로 새로운 이집트를 통치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경제정책에서는 구체적으로 밝힌 적은 없으나 그가 속한 무슬림형제단은 금융거래에서 이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또 그는 이스라엘과 대치 중인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대미 관계에서의 ‘종속’을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르시 당선자가 실제 집권하면 이슬람과 서구식 민주주의 원칙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 민주화 혁명을 주도한 세력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세력이며 군부와 대립하는 새 정부가 서방의 지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무르시 정부가 민주주의를 국가 운영 대원칙으로 중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이집트#무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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