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제 챙기겠다” 앞에 나선 빌 게이츠 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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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다, 피임 기금 모금 시작 “여성 원치 않는 임신 막을 것”

빌 게이츠 부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홈피
빌 게이츠 부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홈피
세계 최대 자선재단인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다음 목표를 피임으로 정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이번 프로젝트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결핵 말라리아 퇴치, 학교 개혁 등 이전 목표들과는 달리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 벌써부터 가톨릭 종교계는 게이츠 재단의 피임 활동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그런데 이보다 더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동안 남편 빌 게이츠 뒤에서 보조 역할에만 머물렀던 아내 멀린다 씨(48)가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 그동안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렸던 멀린다 씨는 7일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7월 런던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참가하는 피임 서밋(summit)을 열고 피임약 개발 보급에 필요한 40억 달러(약 4조5440억 원) 기금 모금 활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 재단 설립 후 멀린다 씨는 많은 저개발국을 방문하고 자선활동 목표 선정 등에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전면에 등장하기를 꺼려 왔다. 선천적으로 주목받기 싫어하는 성격에다 1남(13세) 2녀(16, 10세) 자녀들이 클 때까지 집안일에 주력하기로 남편과 약속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멀린다 씨는 “이번에는 여성의 문제인 만큼 내가 직접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저개발국 아프리카 여성들로부터 피임약 요청을 가장 많이 받았다. 여성과 태아의 건강권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위협받고 있다”며 자신이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만 명의 여성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출산을 하다가 사망하고 60만 명의 아이가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나 생후 1개월 내 사망한다. 2020년까지 세계 1억2000만 명의 여성에게 피임약을 보급하는 것이 게이츠 재단의 목표다. 지난해 말 멀린다 씨가 재단 전 직원 회의에서 “다음 자선 목표를 피임으로 정하고 내가 앞장설 것”이라고 밝히자 큰 박수가 터졌다고 한다. 멀린다 씨가 이번 사업을 계기로 바깥 활동에 적극 돌입하게 된 데는 딸들의 역할모델이 되겠다는 결심도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멀린다 씨의 피임 프로젝트는 벌써부터 가톨릭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달 멀린다 씨가 베를린의 한 연설에서 피임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가톨릭가족인권연구소(CFHRI), 가톨릭헤럴드 등은 “게이츠 재단 같은 영향력 있는 자선단체가 피임과 유산을 옹호하고 있다”며 반대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뉴스위크도 “여성 건강권을 들어 피임약 보급에 나서겠다는 게이츠 재단의 목표는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며 “멀린다 씨의 첫 단독 프로젝트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모교인 댈러스 우르술라 수녀회 고등학교에 10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던 멀린다 씨는 “피임 프로젝트는 많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수녀님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빌 게이츠#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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