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 세포로 유방암을 25년이나 연구했다니… “엉뚱한 癌연구 최대 36%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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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센운트마르부르크 대학병원 연구원 로베르트 만딕 박사는 지난해 경부(頸部·목) 종양학회로부터 과학자라면 아무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전화를 받았다. 제출한 논문을 취소한다는 연락이었다. 코 입 목 등 얼굴에 발생하는 암인 두경부암에 대한 논문을 제출했던 그는 엉뚱하게 자궁경부암 세포로 연구를 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암 연구를 진행 중인 과학자의 30% 이상이 엉뚱한 암세포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이는 암 연구의 발전을 막는 원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잘못된 암 연구로 개발된 치료제가 환자에게 잘못 처방되는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미국 독일 영국 일본에 있는 암세포 저장소들의 추산에 따르면 암 연구에 사용되는 암세포 샘플 가운데 18∼36%가 다른 신체부위의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암환자에서 채취한 특정 암세포를 배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구 동료들끼리 암세포 샘플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뒤섞이거나 관리 부주의로 세포 샘플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주의로 다른 암세포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조지타운대 의대가 전세계 주요 연구기관의 ‘MDA-MB-435’로 불리는 유방암 세포 샘플을 조사한 결과 조지타운대를 제외한 다른 곳들의 샘플은 피부암 세포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병리학자인 데이비드 타린 박사는 유방암 세포 샘플로 25년간이나 연구를 진행해 왔지만 최근 피부암 세포 샘플로 밝혀지자 망연자실해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최근 ATCC라는 국제비영리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암세포 샘플이 진짜인지 확인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시정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독일#유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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