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탄소세전쟁… EU “中협박 굴복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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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항공기에 부담금 부과”… 中 “에어버스 45대 주문보류”
한-미-러 등 반대진영 촉각

유럽연합(EU)과 중국이 이산화탄소 배출부담금(탄소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EU가 올해부터 탄소배출 상한선을 넘는 모든 항공기에 부담금을 물리기로 한 데 반발해 중국이 에어버스 항공기 주문을 무더기로 보류했지만 EU는 중국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U 27개국 환경장관들은 9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중국과 홍콩의 항공사들이 EU의 탄소세 부과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에어버스 항공기 45대의 주문을 보류한 것을 비판했다. 코니 헤데고르 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EU가 탄소세를 포기하거나 회원국 지지로 통과된 법을 바꿀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베이징천(北京晨)보는 중국항공공사(에어차이나)가 에어버스 A330기 35대, 홍콩항공은 A380기 10대의 주문을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합친 구매 금액이 120억 달러(약 13조4300억 원)에 이르며 에어버스가 중국에 납품하기로 계약해 놓은 전체 항공기(321대)의 21%를 차지한다. EU는 중국이 추가로 항공기 주문 보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르피가로는 전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항공사에 EU의 탄소세 규정을 준수하지 말라고 지시한 상태다. 중국은 EU의 탄소세 부과 조치로 중국이 부담해야 할 추가비용이 2030년까지 180억 위안(약 3조1932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환경 보호 의도는 이해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EU는 중국이 항공기 시장의 큰 고객이지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EU의 탄소세에 대해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소속국 가운데 중국뿐 아니라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 26개국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26개국 관계자들은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나 EU 소속 항공사의 신규 취항 허가를 미루거나 추가 세금을 물리는 등 10여 가지의 보복 조치를 강구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국제무역기구(WTO)에도 제소할 계획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탄소세 분쟁이 EU와 미중러 등 26개국의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의회 비준을 거쳐 자국 항공사들이 EU의 조치를 따르지 않도록 할 계획이며 다른 나라도 이에 따를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미국과 미 항공사들은 유럽사법재판소에 탄소세 일괄 적용의 부당성을 제소했으나 지난해 12월 기각당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조치로 오를 항공요금은 승객 1인당 2∼3유로(약 3000∼4500원)로 런던∼뉴욕 구간의 경우 ‘탄소세 할증’액이 승객 1인당 1∼2달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국들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낙후된 항공기를 다수 보유한 항공사는 1인당 최고 90달러(약 10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EU는 항공기에 이어 유럽을 오가는 선박에도 탄소세를 부과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와 탄소배출 감축 협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 EU는 이 역시 최종 합의가 불가능해지면 자체 법안을 만들어 독자적으로 시행할 방침이어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탄소세 ::


지구 온실효과의 주요 원인물질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량 기준을 정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종량제로 세를 부과하는 것.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적용하는 탄소배출 거래제도(ETS)에 따르면 각 항공사가 할당받은 상한선 초과 이산화탄소 1t에 100유로(약 15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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