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3m 방벽’ 허사… 바닷물 역류 위험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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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 수문 열어 곳곳 침수

총리, 비상사태 선포 꺼려

7월 말부터 석 달 가까이 계속된 50년 만의 최악의 홍수로 태국 수도 방콕마저 물속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 태국 정부는 방콕을 사수하기 위해 홍수 방벽을 쌓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물이 쉴 새 없이 불어나 두 손을 들 수밖에 없게 됐다.

수쿰판 빠리밧 방콕 시장은 21일 방콕 동북쪽의 돈므앙과 락시 2개 구역을 홍수경보 지역으로 지정했다. 20일 방콕 시내 동북부 7개 지역을 홍수경보 지역으로 지정한 지 하루 만에 2곳을 추가한 것이다. 태국 정부는 방콕이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대는 물론 죄수들까지 동원해가며 3m 높이의 홍수 방벽을 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2, 3일 뒤 80억 m³에 이르는 물폭탄이 방콕을 덮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달 말 만조로 바닷물이 역류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부는 방콕 시내를 가로지르는 운하의 수문을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운하의 수문이 20일부터 일부 개방되어 방콕을 가로지르는 짜오프라야 강이 범람하고 도로가 침수되는 등 침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짜오프라야 강이 넘치면 20일 현재 317명인 희생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홍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공업단지가 몰려 있는 아유타야 주의 5개 공단과 방콕 최대 공단인 나바나콘 지역이 물에 잠기며 최근 일주일 동안 6533개의 공장과 기업이 문을 닫았고 26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홍수가 시작된 7월 이후 지금까지 문을 닫은 공장은 1만4254개이며 실직자는 66만 명에 이른다.

가장 큰 피해를 본 공단 지역은 ‘아시아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릴 정도로 자동차 조립 및 부품생산기지들이 집중돼 있다. 또 전 세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태국의 하드디스크 생산 지역이어서 전 세계 컴퓨터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태국의 고대 수도인 아유타야의 문화유적도 대거 물에 잠겼다. 이번 홍수로 인한 손실액은 6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태국이 홍수 피해에서 벗어나려면 최소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폭우가 더 내리지 않더라도 방콕 시내에서 물이 빠져 수위가 정상을 찾는 데만 한두 달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야당은 구호·구조 작업을 위해 침수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잉락 친나왓 총리는 군부에 실권을 제공하는 비상사태가 자칫 쿠데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비상사태 선포를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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