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1560억원… ‘성난 새’ 높이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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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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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새’가 스마트폰 게임의 전설로 등극하며 핀란드의 자존심을 다시 세웠다.”(로이터통신)

‘성난 새’란 모바일 게임인 ‘앵그리 버드(angry bird·사진)’다. 연두색 돼지들이 몰래 새들의 알을 훔쳐가자 잔뜩 화가 난 새가 나무와 벽돌 등에 숨은 돼지를 마구 공격해 복수를 한다. 이 간단한 내용이 전부인 게임을 개발한 ‘로비오 모바일’이 이르면 내년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고 16일 밝히자 AP통신 등 세계 언론이 앞다퉈 톱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회사의 시장가치에 대해서는 최소 10억 달러(약 1조1560억 원)가 넘을 것이란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2009년 12월 출시된 앵그리 버드는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 신드롬이 낳은 시대의 총아’다. 스마트폰의 매력은 이용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내려받아 설치하는 애플리케이션(앱)에 있다. 앵그리 버드 앱이 ‘대박’을 터뜨린 데에는 어린아이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게임 방법과 1달러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 주효했다. 로비오는 홈페이지에서 “지금까지 내려받기 횟수가 4억 건을 넘었으며,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56개국에서 앱 유료판매 누적 순위 1위에 올라 있다”고 밝혔다.

앵그리 버드의 출발은 차고에서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성공 신화와 무척 닮았다. 2003년 핀란드 헬싱키기술대 재학생 3명은 10만 달러(약 1억1560만 원) 남짓한 돈을 겨우 마련해 게임프로그램 회사를 창업했다. 하지만 몇 년 동안 실패를 거듭했고, 자금 압박에 하청업을 하기도 했다. 때를 기다리던 로비오에 스마트폰 시대의 개막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였다. 특히 앵그리 버드 개발 초기, 정보기술(IT)엔 관심도 없던 한 경영진의 모친이 게임에 금방 빠져드는 걸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한마디로 ‘편하고 단순함’을 승부처로 삼은 게 성공의 비결이 됐다.

이제 앵그리 버드는 하나의 게임 앱을 넘어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커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에서 이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시간을 합하면 매일 3억 분이 넘는다”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까지 팬을 자처하고 나섰다. 공식 티셔츠는 한 달에 100만 장씩 팔리고 있으며, 조만간 할리우드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중국엔 로비오의 허락도 없이 ‘앵그리 버드 테마파크’까지 세워졌을 정도다.

무엇보다 로비오의 성공에 기뻐하는 건 핀란드 국민들이다. 로이터통신은 “20여 년간 휴대전화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던 노키아의 몰락으로 ‘유럽의 실리콘밸리’라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은 핀란드인들은 로비오가 그 자리를 대신해 주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핀란드 국적 항공사 핀에어가 모든 항공기에 앵그리 버드를 그려 넣은 것도 이런 기대를 담은 것이다. 홈페이지에 앵그리 버드 소개란을 따로 만들기도 한 핀란드 정부는 “로비오의 사업 확장을 적극 돕는 한편 또 다른 유망 벤처사업 육성을 위해 총 6000만 유로(약 96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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