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피할 덫? 노다 총리도 한인 정치헌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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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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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까지 2명에 31만엔, 공소시효 지나… 野선 공세
한인들 일본식 이름 사용… 오래 거주 국적구분 어려워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사진) 일본 총리도 재일한국인에게서 정치헌금을 받았다고 일본 언론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노다 총리의 정치자금관리단체인 ‘미래클럽’은 그의 지역구인 지바(千葉) 현 후나바시(船橋) 시에 거주하는 재일한국인에게서 2001∼2003년 15만8000엔을, 마쓰도(松戶) 시에 사는 재일한국인에게서 1998∼1999년 16만 엔을 받았다.

민단 지부 간부로 기업체 임원인 후나바시의 재일한국인은 “노다 씨의 가두연설을 보고 지지자가 됐다. 선거사무소에서 만난 적도 있다”며 “헌금 당시엔 외국인 헌금이 위법이란 걸 몰랐고 노다 측도 나의 국적을 몰랐다”고 말했다. 마쓰도의 재일한국인도 “노다 씨는 내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모른다”고 말했다. 노다 측은 “총리도 사무실도 외국인 헌금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일본 정치자금법은 외국의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외국인 또는 외국인이 50%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고의로 위반하면 3년 이하의 금고 또는 50만 엔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노다 총리의 경우 공소시효 3년은 모두 지났지만, 자민당은 정치적 공세를 예고했다.

올해 들어 민주당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외국인 정치헌금이라는 ‘덫’에 걸려들고 있는데 그때마다 재일한국인이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3월에는 유력한 차기 총리감이었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외상이 재일한국인에게서 25만 엔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임했다. 이후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도 재일한국인에게서 2006∼2009년 104만 엔의 정치헌금을 받은 게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이처럼 자주 터져 나오는 재일한국인 관련 외국인 정치헌금 파문은 한일 양국 간의 특수한 역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사회에 뿌리를 내리며 지역사회 유지로 성장한 재일한국인 중에는 한국 국적을 유지하는 사람이 많다. 미국 등 다른 나라로 간 이민자와는 사정이 다른 것이다. 재일한국인들은 대부분 일본식 이름(통명·通名)을 쓰고 얼굴도 일본인과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정치자금 실무자들이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기 힘들다. 일본은 주민등록번호가 따로 없다. 노다 총리, 마에하라 전 외상, 간 전 총리의 경우에도 재일한국인들은 모두 통명으로 헌금했다. 재일한국인들도 마에하라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정치헌금이 위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재일동포들이 자민당보다 한국에 우호적인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런 일이 집중되는 한 원인이다. 노다 총리는 민주당의 정권교체 직후인 2009년 10월 지역구에서 열린 ‘한일 우호 이벤트’에 참석해 “지바의 민단 여러분이 강력한 지원을 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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