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식인들도 “정치개혁” 깃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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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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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권력 철도부 폐지… 선거제도로 관료 견제해야”언론 이어 학계도 개혁요구

7월 23일 발생한 중국 고속철 사고를 계기로 중국 언론인들이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데 이어 대학교수 등 지식인들도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제성장으로 두껍게 축적된 중국 시민사회의 힘이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일부 지식인들은 2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공민창의(公民倡議·국민건의)’라는 수식어를 붙여 철도부를 폐지하고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가 특별조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일종의 인터넷 집단청원 형식이다. 과거 좌절했던 중국 내 민주화·사회개혁 요구와 달리 현재 분출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혁명과 맞물려 급속히 힘을 키우는 양상이다.

공산당 당간부 교육기관인 중앙당교 교수 출신인 두광(杜光) 씨는 2일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참사가 독재체제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종합점검의 추진력이 된다면 중국에는 희망이 있다”며 “견제받지 않는 권력 등 철도부 문제들은 정치체제 전반에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권력을 견제하고 남용을 막는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전국인대 홍콩 대표인 판쉬리타이(范徐麗泰) 상임위원은 홍콩인들의 요구라면서 전국인대의 조사를 촉구했다.

베이징 리궁(理工)대 후싱더우(胡星斗) 교수는 “전국인대나 국민이 공무원을 해고할 권리가 없다면 권력기관은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당국은 헌법 안에서 개혁을 해야 한다. 선거제도만이 국민에 권력을 부여하고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관료들을 장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계획경제의 화석화는 부패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중국사회과학원 정치학연구소 연구원 출신 류쥔닝(劉軍寧) 씨의 발언처럼 이념적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싱가포르 롄허(聯合)조보는 “이번 사고는 중국인들에게 상당한 파문을 불러왔고 ‘중동의 봄’과 비슷하다”는 내용의 전문가 논평을 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신(新)중산계층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중국 지배층의 많은 약점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현재로서는 정권에 대한 직접적 위협의 기미는 없지만 정권에 대한 신뢰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라디오프랑스(RFI)와 WSJ는 경제성장을 위해 사회모순의 분출을 억압해왔던 과거와 시민사회 성장에 따라 민주화 요구가 나오는 미래가 충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이날 “보다 많은 공무원이 인터넷에서 누리꾼들과 정직하게 소통하라”고 촉구한 것을 제외하면 공산당과 정부에선 특별한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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