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학계 슈퍼볼’은 中-印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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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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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결선 진출자 40명 중 26명이 中-印이민자 자녀

인도에 살던 사마르 사하 씨는 정보기술 분야 일자리를 얻기 위해 몇 해 전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현재 코네티컷 주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 슈브흐로 군(17)은 수소 촉매제의 상호작용을 인지하는 슈퍼컴퓨터를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로 그는 ‘주니어 과학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미국 인텔과학경시대회(Intel STS) 최종 결선에 올랐다. 1942년 처음 시행된 이 대회는 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과학 경시대회다. 사마르 씨는 “아들이 미국이라는 나라가 제공하는 기회들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전미정책재단(NFAP)이 2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대회 최종 결선 진출자 40명 가운데 70%인 28명이 중국(16명)과 인도(10명) 등 아시아 지역 이민자 자녀다. 한국과 이란 출신은 각각 1명이었으며, 미국 출생 부모의 자녀는 12명이었다. 보고서는 최종 결선 진출자의 부모들을 면접 조사해 작성됐다.

스튜어트 앤더슨 재단 이사는 “미국 인구 중에서 미국 이외 지역에서 태어난 비율은 12%에 불과하지만 과학 관련 경시대회에선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향후 미국 과학계는 이민자 자녀들이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민자 부모들은 수학과 과학교육에 굉장한 관심을 두고 있으며 이 분야가 미국 사회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길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자 부모 28명 중에는 사마르 씨처럼 전문기술자에게 발급되는 ‘H-1B’비자를 받아 미국에서 일을 시작한 뒤 영주권을 받은 사람이 24명에 달했다. 미국에서 이 비자의 소지자는 전체 인구에서 1%를 넘지 않는다.

이 대회는 해마다 고교생 1700여 명이 지원해 10차에 걸쳐 경쟁을 치른 뒤 40명이 결선에 오른다. 최종 30위에 든 학생들은 총 7500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경시대회 평가기준도 까다로워 지원자들은 연구 보고서, 추천서, 에세이, 시험 점수, 야외 활동 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대학 연구팀과 병원, 사설 연구소 등과 손잡고 연구하는 경우도 많다. 1991년 조지 H 부시 대통령은 이 대회를 ‘과학계의 슈퍼볼’이라고 비유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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