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위기대응 생각보다 잘 안돼… 좀 유연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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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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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지진 지원 총괄 박은하 외교부 협력국장

“일본은 큰 재난에 동요하지 않고 질서를 지켰습니다. 하지만 위기 대응 준비가 잘돼 있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해외의 지원을 받아들이기까지 복잡한 관료주의적 절차를 거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지난달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피해가 발생한 이후 한 달 가까이 정부 지원과 구호 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은하 외교통상부 개발협력국장(49·사진)은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 국장은 “사건 직후 민간 차원에서 일본 돕기에 한마음으로 나섰지만 일본은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일본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위기상황에 좀 더 유연한 체제를 만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대외지원을 받는 데 유연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뒤에야 움직이고 남에게 신세를 지기 싫어하는 국가적 특성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과거 한신 대지진 때도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한동안 손을 벌리지 않았다고 한다.”

―지원 과정에서 언제 가장 어려웠나.

“방사능 피해 우려 때문에 파견했던 긴급구조대 107명을 철수시키면서 외교부 직원들과 그 가족, 신속대응팀을 남겨야 했을 때 마음이 아팠다. 주센다이 한국총영사관 직원과 가족 등 20여 명은 지금도 영사관에 대피해 있는 국민 100∼200명을 보살피고 있다.”

―정부의 지원 준비에는 부족함이 없었나.

“사건 직후 구조견을 파견하려고 보니 잘 훈련되고 검역 등의 절차를 모두 마친 ‘준비된 구조견’이 두 마리밖에 없었다. 구조견을 더 보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구조견 팀을 파견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민간과의 협조는 잘됐나.

“일본 정부가 민간 지원을 신속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민간에)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해외 구호활동을 하는 민간의 역량이 굉장히 커졌다는 사실을 실감했고 정부와 민간의 협조와 공감대 형성이 정말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연세대 사학과 출신으로 1985년 제19회 외무고시에 수석 합격한 박 국장은 선배인 백지아 국제기구국장과 함께 현직 외교부 여성국장 2인 중 한 명이다. 남편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측근인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보. 박 국장은 주중 대사관과 주유엔 대표부 근무, 미국 컬럼비아대 연수 1년을 거쳐 7년 만인 2월 말 귀국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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