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3호기 터빈실 평소의 1만배 방사성물질… 연료봉 훼손된듯

  • Array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증기 배출하면 대기오염-놔두면 연료봉 용융 진퇴양난
원전 반경 20∼30km도 대피령… 사망자 5만명 넘을듯

도쿄전력의 전기설비공사 업체 간덴코(關電工)의 직원 2명과 이 회사 하청업체 직원 1명 등 3명은 24일 전력 케이블 설치를 위해 후쿠시마 원전 3호기 터빈실 지하로 들어갔다. 지하에는 15cm 깊이의 오염수가 고여 있었다. 장화가 아닌 단화를 신은 직원들의 신발 속으로 물이 스며들었다. 방사선에 오염된 물이었다. 물 표면의 방사선량은 작업장 공기에 퍼진 방사선량의 두 배인 시간당 400mSv(밀리시버트)였지만 이를 모르고 작업을 한 것이다. 이 중 2명의 피폭량은 170∼180mSv로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후 일본 측은 3호기 터빈실에 고여 있던 물을 분석했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이날 검출된 방사성 물질은 1cc에 390만 Bq(베크렐)로 세륨144, 방사성 요오드131, 코발트 등 9종이 검출됐다. 이는 원전 정상 가동 시 냉각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 양의 1만 배에 이르는 것이다. 발전소의 터빈실은 원자로와 연결돼 있지만 다른 건물에 있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0’에 가까워야 한다. 원자로 연료봉이 손상돼 방사성 물질이 대거 누출됐고 격납용기에 균열이 생겨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25일 1, 2호기의 터빈실에서도 고농도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물웅덩이가 발견되자 도쿄전력은 1, 2, 3호기의 전력·냉각장치 복구작업을 중단하고 물웅덩이 제거 작업을 벌였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원자로 또는 사용후핵연료 보관 수조에 있는 연료봉이 고온에 녹아내려(노심용융)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원자로가 파손됐을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20∼30km 지역의 주민에게 피난을 권고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직원들은 증기를 빼내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용기 내 압력이 꽉 차 더는 냉각수를 주입하기 힘든 상황이라 증기를 빼야 한다”며 “증기를 배출하면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것이고 그냥 놔두면 핵연료봉이 계속 용융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전력 측은 원자로 아랫부분의 압력억제풀을 이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압력억제풀을 열고 원자로 내의 증기를 아랫부분으로 내려보내면 일부는 액화되고 일부는 증기로 남는다”며 “이 증기를 지하의 굴뚝 같은 배출로로 내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방사성 물질 대량 누출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압력억제풀이 지진 등으로 고장 났을 여지도 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이 안정 단계에 들어가는 데 최소 1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도쿄전력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아사히신문은 위험등급 5단계로 잠정평가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방사성 물질 누출량은 체르노빌 사고 바로 아래인 6단계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kyoutae@donga.com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