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이타테 토양오염 체르노빌 사고때의 6배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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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40km 떨어진 후쿠시마 현 이타테(飯館) 지역이 삶의 터전이 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 이곳 토양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이 다량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20일 브로콜리에서 kg당 방사성 요오드 1만7000Bq(베크렐)과 세슘 1만3900Bq이 검출됐던 이타테는 24일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 토양에서 세슘이 kg당 16만3000Bq이 나왔다. 이를 1m²로 단순 환산하면 326만 Bq이 된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 주민을 강제로 이주시킨 지역의 최소 기준인 세슘 55만 Bq의 6배다. 세슘은 방사성 물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인 ‘반감기’도 30년이나 된다. 이타테 지역에 향후 수십 년 동안 사람이 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주민 13만5000명이 살던 체르노빌 원전 반경 30km는 지금도 주민의 거주를 제한하고 있다. 이타테의 거주민은 약 8만6000명이다. 일본 전역에 수돗물 등 음식물 오염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다음 단계의 위험은 토양 오염 및 해양 오염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토양은 정화하기가 쉽지 않다. 흙에서 방사성 물질만 흡수하거나 제거하는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오염 범위가 넓어 흙을 일일이 씻어내기도 쉽지 않다. 오염 지역의 표면에 있는 토양을 걷어내고 새 흙을 덮는 방법이 있지만 걷어낸 흙의 양이 막대해 처리하기도 마땅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식물 재배가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식물은 자라는 데 필요한 물질을 토양에서 흡수한다. 이때 방사성 물질도 같이 흡수하기 때문에 다 자란 식물을 거둬 처리하면 토양에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을 잘 흡수해 체내에 저장하는 식물로는 보리 민들레 쐐기풀이 있다. 이영숙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는 “이런 식물들의 씨앗을 뿌려 일정 기간 방사성 물질을 흡수하게 한 뒤 폐기처분하고 다시 씨앗을 뿌리는 과정을 반복하면 토양을 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닷물에 유입된 방사성 물질은 시간이 흘러 오염되지 않은 바닷물이나 빗물과 섞여 농도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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