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폭격]‘오디세이 새벽’ 작전, 긴박했던 “공격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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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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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軍, 벵가지 폭격에 佛 “정전 약속 깼다” 전투기 공습

19일 어둠이 오기 시작한 오후 6시 45분경 리비아 반카다피군의 마지막 거점인 벵가지 외곽.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공중급유기의 지원을 받아가며 벵가지 주변 150km 상공 비행금지구역을 감시하던 프랑스의 라팔과 미라주 전투기 10대가 카다피 친위대의 장갑차와 군용차를 공격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 유럽연합(EU) 및 아랍연맹과의 리비아 관련 합동회의를 마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이 시작됐다”고 밝히고 프랑스 공군이 비행금지구역 감시에 들어간 지 불과 3시간 만이었다. 곧이어 탱크 4대도 프랑스 전투기의 공격을 받는 등 수십 대의 탱크와 장갑차, 군용차량이 파괴됐다. 이번 리비아 공격은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했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전쟁 등에 발이 묶여 있는 미국은 지원자의 역할에 머물러 국제사회 군사개입의 다극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가 공격 신호탄


프랑스 전투기의 공습 후 지중해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국 영국 해군의 군함에서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쉴 새 없이 불을 뿜었다. 주 목표는 수도 트리폴리와 주와라, 미스라타 등 서부 주요 도시의 해안을 중심으로 지대공 미사일이 배치된 방공시설과 레이더망. 유도탄 구축함인 USS스타우트와 USS배리, 핵잠수함 USS프로비던스, USS플로리다, USS스크랜턴 등 미국과 영국 해군 함정들이 124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라크전쟁 때도 토마호크 미사일이 공격 신호탄이었다. 이 작전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외에 이탈리아와 캐나다도 참여했다. 미 합참의 윌리엄 고트니 해군제독은 방공 시설에 대한 1차 미사일 폭격이 끝난 뒤 “이번 공격은 다단계 작전 중의 첫 번째 작전”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을 방문 중이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사일 공격 후 성명을 통해 “미군의 리비아에 대한 제한적인 군사 행동을 승인했다. 그 행동들이 시작됐다”며 “(무아마르 카다피 원수의)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국의 군사작전은 치밀한 조율을 거쳤다. 사르코지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9일 파리에서 긴급히 열린 리비아 주요국 회의 때 별도 3자회동을 갖고 ‘프랑스가 비행금지구역 감시를 시작하고 미 영 해군이 미사일로 카다피군의 방공시설을 폭격한다’는 데 최종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카다피군이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모든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지 하루도 안 돼 19일 전투기로 벵가지를 폭격해 90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군사 개입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는 것. 프랑스 국방부 관계자는 “트리폴리 등 서부권은 미국과 영국이, 동부 벵가지 중심의 지역은 프랑스가 관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국군은 20일 오전 2시 30분경 칠흑같이 어두운 시간에 트리폴리 공습을 감행했다. 카다피군의 레이더망이 파괴된 틈을 노린 것. 일부 포탄은 카다피 원수의 관저인 ‘바브 알아지지아’ 인근에도 떨어졌다. 미스라타 서부에서도 폭격이 목격됐다. 이 공습은 영국 동부 마람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토네이도 전투기 8대와 지중해의 영국 잠수함이 주도했다. 카다피군은 지대공 미사일과 대공화기로 10분간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 시칠리아 군기지에 지원병력 속속 도착


1단계 공격이 이뤄지는 동안 리비아에서 가까운 서방국 기지인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의 시고넬라 기지 등 7개 군 기지에는 지원 병력이 속속 도착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정부 “리비아 교민 철수하라” 권고했지만… ▼
118명 기업 핵심시설 보호… “철수땐 향후 기업활동 곤란”


리비아 내 한국인에 대한 위험이 커지고 있으나 정부는 이들에 대한 철수 방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에서 철수하라는 정부의 권고에 현지 진출 기업들이 계속 남아 있겠다고 맞서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핵심시설을 보호하는 한편 지금 철수하면 향후 기업활동 재개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철수를 꺼리고 있다.

정부는 20일 오후 외교통상부 민동석 2차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 회의에서 외교부 측은 ‘기업 관계자를 비롯해 리비아에 남아 있는 한국인 118명 중 최소한의 인력만 남기고 철수시키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과 협의한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철수하지 않겠다. 육로 철수가 더 위험하다’고 말해 철수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철수가 어렵다면 지하 방공호 같은 대피시설을 제대로 갖추도록 기업들에 요청키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잔류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초 리비아를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하고 잔류를 원하면 22일까지 허가를 받도록 했다.

정부는 3일과 14일 한국인 철수를 지원한 뒤 아덴 만으로 향하던 청해부대 최영함을 수에즈 운하 인근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당초 최영함은 항로를 돌려 리비아 북부 해역으로 가려 했으나 정부의 철수 방침 확정이 지연되면서 일단 수에즈 운하를 건너지 않은 상태에서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오디세이 새벽 (Odyssey Dawn) ::


호메로스의 장편 서사시 오디세이에 나오는 오디세우스는 지중해를 무대로 한 트로이와의 전쟁에 나서기를 거부하지만 고민 끝에 참전해 대승을 거두고 영웅으로 귀환한다. 이번 리비아 군사작전의 무대가 지중해라는 점과 고민 끝에 군사행동 참여 결정을 내린 다국적군의 결의를 담은 작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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