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작업원 “벽 무너져 내린 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8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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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무너져 내리고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있는 힘을 다해서 내 몸을 지키느라 원자력발전소나 회사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사람들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

도호쿠(東北)대지진으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지진 발생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현장 작업원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일본 TBS는 이 작업원의 인터뷰 영상을 17일 방영했다.

작업원은 "흔들림은 진도 2~3정도의 흔들림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쾅'하며 벽이 무너져 내렸고 서 있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눈앞에서 회사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침착할 수 없었다"며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지진이 발생했을 때엔 있는 힘을 다해서 내 몸을 지키느라 원자력발전소나 회사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면서 "윗사람들이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고 해서 사람들(직원)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그는 "어느 시점에서 쓰나미가 닥쳤는지, 원자력발전소에 비상사태가 발생했는지, 그런 정보가 (연락을 통해) 오지 않아서 피난한 뒤에야 지금 상황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 사고로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일본 정부가 사고 발생 이후 미국 측의 원자로 냉각 기술 지원을 거절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이 확인된 직후 이 같은 지원을 일본 측에 요청했다고 일본 여당인 민주당 간부를 인용해 18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냉각 기술 지원은 원자로 폐기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측은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원자로 폐기의 필요성을 일본 정부에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냉각 기능이 회복할 수 있다며 "미국 측의 제안은 시기상조"라고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또 민주당 내부에선 일본 정부가 당시 미국 측의 제안을 수용했다면 원자로 폭발을 막아 방사능 물질 확산 등 심각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1일 "일본의 기술 수준이 높지만 냉각재가 부족하다. 주일미공군을 통해 냉각재를 공수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국무부가 이를 부인한 바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내부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미국 측의 지원 요청을 거절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국제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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