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中-스위스서 부품 사 무기 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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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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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예멘 수출 → 獨-홍콩 통해 수금”

“북한이 이란과 시리아에 미사일 기술을 공급해 중동의 ‘군비 확장 경쟁(arms race)’을 부추겼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6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외교 전문을 인용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수출 루트를 상세히 공개했다. 외교 전문에는 미국은 북한의 교묘한 무기거래를 막지 못해 “좌절감을 느꼈다”는 표현도 나왔다.

NYT에 따르면 그간 북한의 무기 수출을 담당한 주체는 악명 높은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MDC)’였다. 북한은 KMDC가 지난해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자 ‘갑문토성무역’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그린파인어소시에이티드’란 또 다른 무기수출 담당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수출 루트는 크게 4단계로 설명된다. 무기 수출 계약을 맺은 북한은 먼저 그림①에서 보듯 미사일 원자재 및 제조부품을 해외에서 구입해 왔다. 수만 t의 특수 철강은 중국에서 가져왔으며, 정밀 유압프레스나 컴퓨터 절삭선반 등은 대만과 스위스에서 수입했다. 일본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상당 부품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자체 생산하기 어려운 핵심기기들은 제3국에서 조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예를 들어 예멘에 공급한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인 견인차(MAZ-543)와 전용 트럭(ZIL-131)은 러시아의 한 회사를 통해 현지에서 구입했다(그림②). 이후 무기거래 암시장이 번성한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에서 선박에 실어 예멘의 알후다이다 항구로 보내졌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북한의 무기 수출은 중동과 아프리카에 집중됐다. 그림③처럼 핵무기 개발국가인 이란을 비롯해 이집트와 우간다, 예멘, 스리랑카 등이 주요 고객이었다. 여전히 내전의 폭음이 끊이지 않는 앙골라와 콩고민주공화국과도 상당한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림④는 북한이 부품 공급 비용이나 무기 수출 대금을 거래한 흐름을 보여준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독일이나 홍콩, 일본 등에 있는 금융기관의 계좌를 버젓이 이용해 왔다. 외교 전문에도 지난해 6월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중국 런민(人民)은행 고위급에게 “런민은행이 북한이 국제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는 거점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NYT는 “미국은 북한의 무기 거래를 막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지만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전문에는 “북한과 시리아, 헤즈볼라까지 연계된 무기거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큰 근심거리(the gravest concern)”라고 말하는 대목도 나온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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