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눈물은 득? 독?… 美 베이너 ‘눈물’ 계기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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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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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모습에 유권자 호감… 나약-위선으로 비칠땐 치명적

“나는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데 내 일생을 바쳤습니다. 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2일 연설 도중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된 그의 눈물은 그동안 삶의 역경이 진하게 배어 나온 것으로 청중의 심금을 울렸다.

영국 BBC는 4일 그의 눈물을 계기로 지금까지 유명 정치인들이 대중 앞에서 눈물을 보인 사례를 모아 그 이면을 분석했다. 정치인은 당선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모든 감정을 접어두는 냉혈한 같지만 베이너 대표처럼 인간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종종 있다. 미국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그랬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도 특유의 감정 폭발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가 2016년 여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눈물을 쏟아냈다. 룰라 대통령도 베이너 대표처럼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도 조국이 처한 상황을 개탄하며 운 적이 있고 밥 호크 전 호주 총리도 ‘터프가이’ 같은 기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자기 딸의 약물중독에 대해 얘기할 때 눈물을 흘렸다. 심지어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도 1990년 총리관저를 떠나며 눈물을 보였다.

정치인들은 왜 우는 것일까.

행태심리학자인 주디 제임스는 “정치인들은 눈물을 흘리면 사람들이 자신을 푸근하게 느껴 지지율이 높아진다고 믿는다”며 “아기가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심리학자들은 정치인의 눈물이 과거보다 더 용인되는 분위기가 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치인의 눈물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힐러리 클린턴 장관이 지난 대통령 선거 경선 도중 흘린 눈물은 “그녀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를 만큼 강하지 않다”는 증거로 여겨졌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경우도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숨졌을 때 흘린 눈물은 지지를 받았지만 이것이 정치적 제스처로 읽히기 시작하면서 꾸며낸 눈물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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