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30년전엔 ‘철의 여인’ 이번엔 ‘철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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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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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자식을 강제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무언(無言)으로 불굴의 투지를 몸소 보여줌으로써 아들을 어떤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는 강한 남자로 만들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전기 ‘새로운 보수의 부상’에 나오는 구절이다. 선천적 장애인이면서도 입지전적인 삶을 살다 지난달 작고한 캐머런 총리의 부친 이언이 아들 데이비드를 어떻게 교육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국 보수당 정부가 20일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재정긴축 계획을 발표하자 세계가 캐머런 총리를 주목하고 있다. 올봄 ‘200년 만의 최연소 총리’라는 타이틀과 함께 권좌에 오른 그는 취임 직후 복지 축소, 공무원 감축, 세금 인상의 혁명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며 10월에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캐머런 총리는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에게 “5년 내에 국내총생산의 11%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없앨 방안을 총동원하라”며 전권을 부여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공무원 임금을 2년간 동결시켰다. 국민이 개혁을 몸소 체감한 것은 영국 복지제도의 상징과 같은 육아수당 제도의 개편 때문이었다.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가구에 지급해온 육아수당을 120만 고소득 가구에는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 19일 영국의 자존심이라는 해리어 전투기 부대 퇴출과 병력 1만7000명과 국방부 공무원 2만5000명 감축안까지 나오자 세계 4위의 군사력으로 국제사회의 안보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진 영국 국민은 또 한번 놀랐다.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캐머런 총리의 구상을 “단순한 긴축예산이 아니라 재정적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완전히 새로운 국가 플랜”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30년 전 인플레이션과 노사 분규로 침체된 영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과감한 노동 개혁과 긴축 경제를 밀어붙였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언급하며 캐머런 총리를 ‘철의 남자’라고 표현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관계자는 “영국 국민 사이에 이번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영국 연정은 대규모의 공공 지출 축소가 경제 추락을 부를 위험성이 있다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고 재성장의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도박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자문그룹 KPMG의 앤드루 스미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경제가 기업의 투자 연기, 수출환경 악화에 따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계획은 매우 용감무쌍한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의 경제정책연구소(IFS) 관계자는 “과거 노동당과 보수당 정부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 한 가지는 공공재정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 야심 찬 목표가 달성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데이비드 캐머런

△1966년 10월 9일 런던 출생. 본명 데이비드 윌리엄 도널드 캐머런 △히더다운 초등학교, 이튼칼리지, 옥스퍼드대 졸업 △보수당 정책연구소에 들어가 노먼 러몬트 재무장관 특별보좌관으로 정계 입문(1988∼1992년) △존 메이저 총리 비서관(1993년) △미디어기업 칼턴커뮤니케이션스의 법무법인 책임자 △1997년 총선 때 스태퍼드에서 출마했으나 낙선 △2001년 총선 위트니에서 출마 당선 △예비내각의 교육부 장관, 하원부의장, 보수당 부당수 역임 △2005년 말 보수당 당수(39)로 선출 △2010년 5월 총선 승리로 13년 만에 보수당으로 정권 교체 △1812년 로버트 뱅크스 존슨 이후 198년 만에 가장 젊은 총리로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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