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쓸어가며 불공정거래… 남미, 中에 화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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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우리를 노예 취급”
지역주민 반감 커져
불공정 제소 등 反中 확산

중국은 1990년대부터 남미 지역에서 과감한 경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남미 드림’은 기대와 달리 순탄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14일 전망했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이 남미지역에서 벌인 1차산업 투자는 놀라울 정도다. 브라질 농작물부터 가이아나 삼림, 베네수엘라 원유 등 다양한 분야의 이권을 사들이고 있다. 또 공산품 수출도 휴대전화와 자동차, 장난감 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외양적으론 중국이 주창하는 ‘윈윈 정책’이 성공을 거둬가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지에선 중국의 파상공세에 대한 불만도 늘어가고 있다. 최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기업들은 중국 회사들의 불공정 무역거래를 제소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중국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추진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현지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는 페루의 마르코나 지역이다. 광산업으로 유명한 이 지역은 중국 철강업체인 서우강(首鋼)이 1992년부터 진출해 한때 중국과 남미 협력의 시금석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연중 노동자 파업이 끊이지 않는 등 남미에서 ‘반(反)중국 정서’가 가장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 신문에 따르면 마르코나 지역의 긴장은 현지 주민들의 중국 기업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됐다. 초기에 서우강은 지역발전을 위해 1억5000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으나 아직까지 변변히 지켜진 게 없다. 현지 노동자들을 대폭 해고하면서 부족한 인원은 중국인으로 채웠다. 낮은 임금과 생활수준에 허덕이는 현지 주민들 눈에 호화생활을 누리며 지역사회와 융화하지 않는 중국인 간부들의 모습은 적개심까지 일으킬 정도였다. 탄광에서 일하는 에르밀리아 사무디오 씨(58)는 “중국인들은 우릴 자기들 노예쯤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페루 청년이 파업 도중 숨지자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우강은 투자 및 복지 정책을 확대하겠다며 사태 진정을 원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시큰둥하다. 신문은 “중국이 현지 정서를 소홀히 하다간 남미에서 ‘공공의 적’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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