禍만 키운 국정원… 바라만 본 외교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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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와 ‘단교 위기’ 치닫도록… 정부, 한달간 뭐했나

리비아 당국이 지난달 국가정보원 소속 한국 외교관을 구금해 13일 동안이나 조사한 뒤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기피인물)’로 통보할 때까지 주리비아 한국대사관은 이 직원의 구금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8일 “주리비아 대사관 정보담당 직원이 지난달 2일 실종돼 소재지를 수소문했으나 리비아 당국이 이 직원을 풀어주면서 기피인물로 통보한 지난달 15일에야 구금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사흘 뒤인 지난달 18일 한국으로 추방됐다. 리비아 정부는 이 직원의 추방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신임 주한 이라크대사 환영 행사를 위해 아랍권 대사들을 초청했는데 주한 리비아경제협력대표부 대사만 참석하지 않아 확인해 보니 리비아대표부가 지난달 23일 영사업무를 중단한 채 직원들이 모두 본국으로 떠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건 초기부터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정부는 외교관 추방과 영사업무 중단이 잇따라 일어나자 뒤늦게 양국 관계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리비아 당국이 국정원 직원의 정보활동을 문제 삼은 지 한 달이나 지난 이달 6일에야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대통령특사로 리비아에 급파했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리비아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늦어졌고 사안의 전모를 파악하지 못한 채 서둘러 이 의원을 파견한 것”이라며 “이 의원은 알바그다디 알마무디 총리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모욕성 발언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 파견 전까지 국정원은 추방된 직원을 통해 사태를 파악한 뒤 비공식 통로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사건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 채 외교적 파장만 키웠다. 정부는 20일에야 ‘책임 있는 정보당국’ 대표단을 리비아에 파견했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리비아 당국이 국정원 직원을 구금한 이유에 대해 “이 직원이 카운터파트인 리비아 기관과 협조하는 과정에서 ‘위험수위’가 드러났다고 리비아 당국이 생각해 이 직원을 조사하던 중 기업과의 연관성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다른 당국자는 “양국 정보당국 간 협의 결과 해당 직원의 정보활동에 대한 견해차를 많이 좁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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