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폭로로 신분 노출 현지 정보원 수백명 피살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에 협력해온 현지 정보원과 이중 스파이 수백 명이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28일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아프간전쟁 관련 미군 보고서 9만여 건을 공개한 여파로 철저하게 감춰져 있던 이들의 신분이 노출됐다”며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곧 보복 살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현재 미 정보당국은 최근 10여 년간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구축한 인적 정보망이 이번 폭로로 크게 손상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건을 폭로한 위키리크스 측은 앞서 이 같은 가능성을 우려해 미군에 협력한 아프간인과 파키스탄인의 이름이 노출된 문건 1만5000건을 공개대상에서 미리 제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책임 있게 행동했다”는 위키리크스의 주장에도 공개된 9만여 건의 문건 속에는 미군에 협력한 정보원과 이중 스파이가 누구인지를 추정할 수 있는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건을 2시간가량 살펴본 결과 미군에 첩보를 제공한 아프간인 정보원 수십 명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거주하는 마을 이름은 물론 그들의 성(姓·가족 이름)도 문건에 표기돼 있다는 것. 예를 들어 2008년의 한 문건에는 미군에 협력하는 탈레반 전사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 있는데 자신의 마을 이름과 가족 이름뿐 아니라 다른 잠재적 이탈자의 이름도 적시돼 있다. 이 신문은 통상적으로 미군 정보당국은 첩보를 제공한 정보원의 이름을 문건에 적어둔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아프간 외교부 간부는 “이번 폭로로 아프간인 정보원의 생명이 정말 위험해졌다”며 “미국은 문건에 이름이 거론된 아프간 협조자에게 도덕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보 전문가들은 탈레반과 알카에다가 이번 문건을 활용해 정보원 색출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탈레반은 특정 작전을 계획할 때 누구누구가 같은 방에 있었는지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미군에 협력한 반역자를 찾아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