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농도 20% 우라늄 농축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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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디네자드, 이슬람혁명 기념식서 “이제 핵국가” 주장
반정부 시위 해산시켜

이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슬람혁명 31주년 기념일인 11일 “농도 20%의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수도 테헤란 아자디(자유) 광장에서 열린 혁명기념행사 연설에서 “20% 농축된 첫 번째 우라늄 연료를 제조해 과학자들에게 전달했다”며 “이란은 이제 핵국가(nuclear state)”라고 주장했다. 이는 그가 7일 ‘우라늄 20% 농축’을 지시한 지 나흘 만이다. 그는 “우리는 80%까지도 농축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농축)하지 않는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란의 우라늄 20% 농축 발표는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의 더 큰 반발과 조속한 제재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외신은 전망했다. 농도 20%는 저농축 우라늄(LEU)과 고농축 우라늄(HEU)을 가르는 기준 농도로 90% 순도가 필요한 핵무기용 우라늄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이날 테헤란 및 이란 전역의 거리에서 열린 혁명 31주년 기념행사는 이 같은 이란 정부의 자신감을 드러내듯 수십만∼100만 명의 시민이 나와 혁명과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아자디 광장에는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이란 국기, 이슬람혁명의 영웅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든 남녀노소 수십만 명이 모였다.

지난해 6월 대통령선거 부정 논란 이후 ‘정권 교체’를 주장해온 반정부 세력은 정부의 극심한 감시 속에 대규모 시위는 무산됐지만 “독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저항의 소리를 높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개혁 성향 웹사이트 ‘라헤사브즈’는 이날 반정부 세력 지도자 모하마드 카타미 전 대통령과 메디 카루비 전 의회 의장이 거리행진 도중 경찰과 친정부 측 시민들에게서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카타미 전 대통령의 동생과 카루비 전 의장의 아들이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이란 정부가 국내외 언론에게 행사가 열린 아자디 광장 이외의 거리 취재는 금지해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행사도 이란 국영TV만 중계했다. 테헤란 도심에는 혁명수비대와 경찰 병력 수천 명이 배치돼 반정부 시위를 원천봉쇄하다시피 했다. 이란 당국은 또 휴대전화, 인터넷 단문메시지, 트위터, G메일 등을 차단하거나 접속속도를 늦췄다고 외신은 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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