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속 교육열로 무장한 하자라族, 아프간 주축세력 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우리는 이제 ‘2등 국민’이 아닙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하자라족은 오랫동안 멸시와 천대의 상징이었다. 아프간을 지배해 온 최대 종족(전체 인구의 약 42%) 파슈툰족을 비롯해 아프간 인구의 80%가 이슬람 수니파인 데 반해 인구의 10∼15%를 차지하는 하자라족은 대부분 시아파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19세기 아프간의 하자라족은 노예 취급을 받았고, 20세기에도 고등교육을 받거나 고위 공직자가 되는 것이 금지됐다. 특히 파슈툰족을 기반으로 하는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탈레반이 집권했던 1990년대에 하자라족 수천 명이 학살당하는 등 집중적인 탄압을 받으면서 파키스탄과 이란으로 대거 탈출했다. 아프간에 남은 하자라족은 하인 청소부 짐꾼 등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 나갈 정도였다.

하지만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고 아프간에 서서히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으면서 하자라족은 아프간의 새로운 주축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 분석했다. 가난한 하자라족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힘은 높은 교육열이다. 하자라족 밀집 거주지역인 다이콘디 주 학생들의 2008년 대입 자격시험 합격률은 약 75%로 아프간 평균 22%를 크게 웃돈다.

해외에서 돌아온 하자라족 가운데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나은 수도 카불에 정착했다. 현재 카불 인구 약 360만 명 중 하자라족이 100만 명을 넘는다. 카불의 하자라족 학교인 마레파트 고등학교에 다니는 무스타파 군(16)은 “교육만이 우리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정권은 여성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금지할 정도로 여성을 억압했고 지금도 상당수의 아프간 여성들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하자라족은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적극 옹호한다. 다이콘디 주의 경우 전체 학생의 43%가 여학생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파슈툰족 지도자들은 어떻게 하면 하자라족 학생들만큼 파슈툰족을 잘 교육시킬지 고민할 정도”라며 “하자라족 젊은이들이 교육을 통해 성공한다면 아프간 종족들 간의 권력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뒤 민주적 투표가 실시되면서 아프간 정치인들은 하자라족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8월 대선을 앞두고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압둘라 압둘라 후보는 “당선된다면 하자라족 인사를 내각에 영입하고, 하자라족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경쟁적으로 약속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