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출범 ‘통합 유럽’ 집행위원단 자리놓고 희비 갈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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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스페인 웃고… 伊-불가리아 울고

‘프랑스 스페인은 위너(winner·승자), 이탈리아 불가리아는 루저(loser·패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위원장이 27일(현지 시간) 차기 집행위원단 구성을 발표하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내달 1일 리스본 조약이 발효된 뒤 유럽통합에 따른 굵직한 사안을 앞둔 EU로선 향후 5년간 집행위원의 주요 보직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각국의 이해득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주말판은 이번 새 구성을 ‘확연하게 엇갈린 승자와 패자의 처지’로 평했다.

활짝 웃은 나라는 프랑스였다. 미셸 바르니에 전 프랑스 외교장관이 ‘역내시장(Internal Market)’담당 집행위원에 지명됐기 때문. 유럽 시장정책과 은행감독은 물론 금융까지 총괄하는 자리를 놓고 영국과 프랑스는 마지막까지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스페인과 핀란드, 벨기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핵심 업무인 경제·통화 분야를 담당하던 호아킨 알무니아 집행위원은 또 다른 요직인 경쟁(Competition)담당으로 옮겨갔다. 영국의 캐서린 애슈턴 통상담당 집행위원과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를 놓고 경합했다가 패배한 핀란드의 올리 렌 확대담당 집행위원도 경제·통화 분야를 맡아 보상받았다. 내년 한국과 EU의 자유무역협정(FTA) 유럽의회 비준을 책임질 통상 분야는 벨기에의 카럴 더휘흐트 집행위원이 지명됐다.

속내가 쓰린 나라도 꽤 된다.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타자니 교통·운송담당 집행위원은 한직인 개발담당으로 밀려났다. FT는 “2011년 유럽중앙은행장을 노리던 이탈리아로선 뼈아픈 좌천”이라 평했다. 농업 개발 분야를 노렸던 불가리아의 루미아나 젤레바 집행위원도 국제협력·원조 분야가 만족스럽지 않다.

독일과 영국은 ‘루저’ 그룹엔 끼지 않았지만 딱히 승자라 부르기도 어렵다. 영국은 프랑스에 일격을 당했지만 애슈턴 고위대표가 버티는 데다 역내시장 분야의 부집행위원을 차지해 아쉬움을 달랬다. 독일은 핵심 분야인 에너지담당에 귄터 외팅거 집행위원을 배출했지만, 오랫동안 꿈꿔온 차기 유럽중앙은행장을 꿰차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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