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바리는 1992∼1995년 헤라트의 시장을 지낸 인물로 1980년대에는 아프간을 지배하던 옛 소련에 저항한 무장세력 지도자였다. 하지만 타지크족 출신으로 이슬람 온건파인 아크바리는 파슈툰족을 중심으로 한 급진 이슬람 세력인 탈레반에 반대했다. 탈레반이 세력을 확장하며 1995년 헤라트를 장악하자 그는 이란으로 망명해 탈레반에 저항했다.
탈레반이 정권을 잃은 2001년 귀국한 그는 2006년까지 헤라트 주정부의 공공사업 책임자 자리를 맡으며 중앙정부의 협력 아래 재건 작업을 이끌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부터 탈레반에 합류해 아프간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탈레반 지도자로 변신한 것.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아크바리의 사례를 전하며 “서방의 지지를 받는 하미드 카르자이 정부에 대한 환멸 때문에 탈레반 적대세력까지 탈레반에 합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카르자이 대통령의 대선 부정선거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어 이런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아프간 정부에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 이유는 외세에 대한 적대감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아크바리는 “아프간 정부를 지원하고 재건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외국 군대가 들어왔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 정부의 무능도 그가 다시 무기를 들게 한 요인이다. 2004년 집권한 카르자이 대통령은 중앙집권을 강화했다. 헤라트 주를 지배하던 군벌 지도자 대신 새 주지사가 파견됐고 아크바리도 해임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지역을 제대로 통치할 능력이 없었다. 치안 불안 속에 범죄가 늘어나고 부정부패가 판을 치면서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그는 다시 저항의 길을 선택했다. 이 신문은 “아크바리는 옛 소련 및 현 미국 중심의 연합군이나 아프간을 지배하는 외세라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다고 본다”며 “지금으로서는 저항을 위해 탈레반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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