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돈 내면 정치인과 만남 알선” 굴욕 광고

  • 입력 2009년 7월 3일 21시 44분


미국 대표 신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워싱턴포스트(WP)가 발행인 집에서 정부 고위관리와 의원, 그리고 WP 기자들이 참석하는 만찬을 열면서 로비스트들에게 거액을 받고 참석 티켓을 팔려고 한 사실이 밝혀져 망신을 당했다.

WP 출신 기자들이 중심이 돼 만든 정치전문 인터넷 신문 폴리티코는 2일 "WP가 로비스트와 기업 간부들에게 'WP 발행인 캐서린 웨이머스의 자택에서 정부 관리, 의회지도부 멤버, WP 기자 및 편집 간부와 함께 하는 친밀하고 독점적인 만찬에 참석하라'는 내용의 전단지를 돌렸다"고 보도했다.

WP도 3일자 신문에 옴부즈맨 명의의 기사를 실어 이 사실을 인정하고 만찬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전단은 '당신 조직의 최고 경영자를 데려오세요.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지도부의 핵심 인물과 교류하세요. WP 웨이모스 발행인 자택의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오프더레코드 만찬을 하세요. WP의 건강보험 문제 관련 기자와 뉴스룸 간부도 참석합니다. 건강보험 개혁을 실행할 선택된 자들과 함께 토론할 수 있는 독점적 기회입니다"라고 제안했다. '워싱턴포스트 살롱'이라고 이름붙인 이 만찬의 참가비는 1인당 2만5000달러(약 3175만 원)다. 25만 달러를 내면 11차례 열리는 연간 시리즈에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혀 약간의 할인도 제시했다.

21일 워싱턴시내 북서쪽 웨이머스 발행인의 자택에서 열릴 예정으로 추진돼온 첫 만찬은 건강보험 개혁을 주제로 낸시 앤 드팔 백악관 건강보험 담당 '차르'가 초대됐으며, 민주당 짐 쿠퍼 의원이 참가에 동의했다고 WP 마켓팅 담당 이사가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대변인은 어떤 관리도 참석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폴리티코 보도 후 WP는 뉴스편집실에서 고성이 오간 끝에 만찬 행사를 취소키로 했다.

캐서린 웨이머스 WP 발행인은 자사 옴브즈맨과의 인터뷰에서 "전단 내용이 제대로 검증되지 못했다. 편집국의 권위를 손상시킬 어떤 만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머스 발행인은 "저널리즘과 성실성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며 "우리는 늘 새로운 수입원을 찾고 있지만 저널리즘에 대한 우리의 높은 기준을 지지하는 방법만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웨이머스 발행인은 그러나 "나는 언론의 신뢰성을 해칠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지만 다른 언론사들도 비슷한 컨퍼런스를 스폰서한다. 참가비를 내는 사람들이 토론의 내용에 아무런 통제력을 갖지 않는 한 로비스트나 기업이 비용을 내서 관리와 언론인들과 만찬을 한다는 발상 자체에 대해선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웨이머스 발행인은 전설적 언론경영인인 캐서린 그레이엄 여사의 손녀로 지난해 발행인에 취임했다.

마르쿠스 부라우클리 포스트 편집인은 행사가 취소되기 전에 뉴스편집실은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그런 행사계획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보스턴대 톰 필더 교수는 WP 옴부즈맨과 인터뷰에서 "뉴스기관은 여러 이해관계자간의 중립적 중재자여야 하는데 WP는 중개 역할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 했다"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WP는 광고수입 및 발행부수 감소 등으로 올 1분기에만도 195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경영진은 새로운 수입원을 찾겠다는 의지를 최근 거듭 피력해왔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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