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20일 이란 테헤란에서 총을 맞고 절명하는 모습이 전 세계로 알려져 이란 민주화의 상징으로 떠오른 네다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27세 여대생으로 밝혀졌다. 처음 유튜브 동영상에 뜬 ‘네다’의 신원은 아버지와 함께 시위에 참가한 16세 소녀라고 소개됐지만 23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르바이트로 여행사에서 일하는 27세 대학생 네다 살레히 아가솔탄’이라고 밝혔다. 동영상에서 총에 맞은 네다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눌러 지혈하며 “무서워하지 마라, 사랑하는 네다,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숨 가쁜 목소리로 절규하던 흰머리 노인도 당초 네다의 아버지로 알려졌으나 함께 시위를 했던 음악 선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네다의 약혼자인 카스피안 마칸 씨(37)는 BBC페르시아어TV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정황을 자세히 전했다. 사진기자인 그는 올 초 터키 이즈미르에서 네다를 만나 사랑하게 되어 결혼을 약속했다. 그는 “네다가 며칠 전 거리시위에 참가하고 싶다고 해 평소 사진기자로 일하면서 무자비한 시위 진압 장면을 많이 봤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네다는 ‘내가 원하는 것은 무사비도 아마디네자드도 아니다. 오직 이란의 자유와 민주화일 뿐’이라며 듣지 않았다”고 전했다.
네다는 20일 음악 선생과 함께 차를 타고 테헤란 중심가 카르가르 거리에 나갔다가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차가 꼼짝하지 않자 시위대에 합류하기 위해 내렸다. 그리고 몇 분 후 인근 건물 지붕에서 민병대가 정조준해 발사한 총에 맞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검은색 스카프와 청바지를 입고 흰색 스니커즈를 신은 네다는 코와 입으로 피를 쏟으며 몇 분 만에 숨졌다.
네다는 21일 테헤란 남부 공동묘지에 당국의 엄중한 보안 아래 묻혔다. 22일 오후 테헤란 시내 닐르푸르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가족들이 열 예정이었던 네다의 추도식은 전면 금지됐다. 현재 이란 당국은 사망자 추도식이 대규모 시위의 빌미가 될지 몰라 봉쇄하고 있다. 그러나 네다의 피 흘리는 얼굴이 담긴 포스터는 테헤란 시내 벽에 여기저기 나붙기 시작했고 당국의 철저한 미디어 통제 아래에서도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전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