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풀려도…” 美 車소비 패턴 바뀐다

  • 입력 2009년 6월 1일 02시 54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이벤트 기획사에 근무하는 케이트 에밍거 씨는 2006년 장만한 도요타의 코롤라를 지난달 처분했다. 에밍거 씨는 한 해 6만 달러(약 7500만 원)에 이르는 적잖은 연봉을 받지만 매달 250달러씩 내야 하는 할부금이 부담스러웠다. 대신 그는 승용차를 헐값에 빌려주는 ‘시티 카 셰어’라는 비영리단체에 가입했다. 비용은 시간당 5달러와 마일(1.6km)당 40센트.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빌려타고 오래타기’로 라이프스타일 변화

소비 줄어 車업계 공적자금회수 차질 예상

세계 최대 자동차 소비국인 미국의 자동차 소비문화가 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31일 보도했다. 가족 수대로 자동차를 보유하면서 신차가 나올 때마다 바꿔 타던 자동차 구매행태가 ‘덜 소유하고 더 오래 타는 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

미국 자동차 소비문화 변화는 1940, 50년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후 미국 경기 호황기를 거치면서 왕성한 구매력을 과시해왔지만 노년층에 접어들면서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자산가치가 폭락하면서 스스로 가난해졌다고 믿는 이들은 새 차 구매를 꺼리는 것은 물론이고 보유하던 자동차 수마저 줄이는 등 자동차 관련 지출부터 줄이고 있다.

도시 근교에 거주하면서 시내로 출퇴근하던 사람들이 주거지를 시내로 옮기는 등 라이프스타일도 변화하고 있다. 이들은 차를 몰고 출퇴근하는 대신 스쿠터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카 셰어링 서비스에 가입해 필요할 때만 빌려 탄다.

미 전역에서 카 셰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는 전문업체 ‘집카’의 스콧 그리피스 대표는 “1년 전 20만 명이었던 회원이 현재 30만 명으로 급증했다”면서 “이는 회원 3명당 신차 구입 대수가 1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비문화의 변화는 이미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미시간대 연구조사에 따르면 미국 운전가능인구 1명당 차량보유 대수는 1970년 0.76대에서 2001년 0.4대로 줄었다. 또 자동차 평균 보유기간도 1999년 8.3년에서 지난해 9.4년으로 1년 이상 늘었다.

경기가 안정되면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제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 정부와 미 자동차업계로서는 이 같은 자동차 소비문화의 변화가 주류 문화로 정착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경기 회복 이후’를 노리고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경영정상화에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쏟아 부은 미 정부로서는 자동차 시장이 정상궤도로 돌아오지 못할 경우 공적자금 회수에 커다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미 재무부도 연간 1700만 대에 이르는 신차 시장 규모가 향후 5년 내에 1500만 대를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 미국법인의 조세핀 쿠퍼 부사장은 “전례 없이 가파른 판매 감소로 현기증이 날 정도”라면서 “더 큰 문제는 미국인들의 소비 방식이 예전으로 되돌아갈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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