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지역 25만 소년병의 ‘불편한 진실’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 포린폴리시 실상 분석

최근 내전 종식을 선언한 스리랑카에서는 타밀족 소년들의 집단실종 사건이 문제가 됐다. ‘소년병징집반대연대’ 등 인권단체들은 “소년병으로 이용되던 아이들이 납치됐다는 증거가 있다”며 유엔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타밀 반군에 대한 정보를 캐고 몸값을 받아내기 위해 친정부 군사조직이 이들을 불법적으로 데려갔다는 것. 하지만 스리랑카 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사라진 아이들’의 행방을 둘러싼 이 공방은 분쟁지역 소년병 실태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성인보다 값싼 유지비와 손쉬운 훈련 과정, 빠른 순응, 어린 나이로 인한 상대편 진영으로의 침투 용이성…. 전 세계 분쟁지역에 18세 미만의 소년 전투병이 줄기차게 생겨나는 이유들이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은 24일 이들의 실상과 문제점을 상세히 분석했다.

○ 소년병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과 진실

‘마약에 취한 채 AK-47 소총을 겨누는 십대 흑인소년.’ 영화에 등장하는 이런 소년병의 모습이 현실의 전부는 아니다. 대부분이 시에라리온 같은 아프리카 지역의 흑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시아의 네팔과 미얀마, 남미의 콜롬비아, 중동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지의 아시아인과 백인 소년병도 상당수다. 소지하는 무기도 구하기 힘든 총기보다는 구식 칼이 더 많다. 대부분이 소년일 것이라는 생각 역시 편견이다. 일부 분쟁 지역의 경우 이용당하는 어린이 중 소녀가 최대 40%에 이른다. 소녀들은 최근 20년간 최대 40곳에 이르는 분쟁 지역에서 전투에 끌려 나갔다.

소년·소녀병은 전투뿐 아니라 스파이와 메신저 짐꾼 성노예 등 전쟁이 파생시키는 모든 분야에 동원된다. 게릴라전이 난무하는 곳에서 전투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자살폭탄 테러범으로 이용당한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14세 소년의 자살폭탄 테러 때문에 사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소년병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25만 명으로 추산된다. 2004년부터 2007년 사이에만 19개 국가 내 70개 이상의 군사조직이 10대들을 신병으로 끌어들였다. 아프리카의 일부 분쟁지역에서는 무기를 잡은 전체 병사의 4분의 1에 이를 정도다.

○ 소년병은 ‘위험한 희생자’

소년병이 처참한 분쟁의 희생자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포린폴리시는 “이들 상당수가 실제 전투현장에서는 엄청난 위협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총칼을 든 10대와 마주친 군인을 당혹게 하는 요인이다. 소년병을 일반 적군 병사로 간주해 싸워야 할지 아니면 보호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상황에서 되레 살해당하거나 부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인권 및 구호 단체들은 소년병을 구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런 지원 프로그램들은 기대만큼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소년병을 동원하는 전범 처벌이 일차적인 대응 방안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억제력이 없다. ‘전쟁에서 승리하면 처벌받지 않는다’거나 ‘분쟁 종결 시 어차피 사면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소년병을 집으로 돌려보내 갱생 및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하는 시도 역시 현지 경제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피상적 교육이나 일회성 지원에 그치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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