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와, 검은돈에 ‘파산’

  • 입력 2009년 5월 12일 03시 03분


대표직 사의… 민주 구심점 찾기-자민 지지율 회복 ‘안갯속’

11일 사의를 밝힌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는 정권교체 및 자신의 총리 취임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검은돈’ 문제로 결국 좌절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국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초 불거진 오자와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민주당 지지율을 끌어내리면서 그 스스로가 정치생명을 걸고 목표로 제시한 정권교체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했다. 불과 한 주 전인 2월 말에만 해도 일본 정국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의 잇단 실수와 실정에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전 재무상의 음주 기자회견 물의까지 겹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의 기운이 무르익고 있었다.

‘깨끗한 정치’를 외치며 정권교체를 외쳐온 그가 낡은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검은돈을 받아왔다는 사실에 국민의 분노는 컸다. 특히 그는 사건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하지 않아 비판을 받아 왔다.

마침 요미우리신문이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오자와 대표의 대표직 유지를 “납득할 수 없다”고 답해 “납득할 수 있다”의 22%를 크게 웃돌았다. 이 수치는 오자와 대표의 비서가 기소된 직후인 3월 말 같은 질문에 “납득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 68%, 4월 초 66%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한때 아소 총리를 넘어섰던 ‘총리에 어울리는 사람’으로서의 지지율도 이번 조사에서는 아소 총리가 40%, 오자와 대표는 25%로 나타나 지난달 조사 때의 34%와 27%에서 간격이 더 벌어졌다.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 내에서도 대표 사임을 요구하는 긴박한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결국 오자와 대표는 40년 총리의 꿈을 일단 접어야 했다.

오자와 대표의 사퇴는 9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치러질 예정인 차기 중의원 선거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으로서는 상대방의 실책으로 누리던 반사이익이 끝나고 자력으로 국민적 지지를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자민당은, 우선은 민주당의 새 대표가 어떤 정책을 내놓는가를 봐가며 향후 대응책을 찾아간다는 방침이다.

‘포스트 오자와’로는 우선 오자와 대표와 트로이카 체제를 형성하며 당을 이끌어온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62) 민주당 간사장, 간 나오토(菅直人·62) 대표대행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구세대라거나 ‘오자와 대표와 같은 계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내 원로나 소장파 사이에서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55) 부대표 옹립론이 만만찮다. 그는 세습의원 출신이 아닌 데다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일본식 낡은 정치를 혐오하는 젊은 유권자들에게서 광범위한 인기를 얻고 있다. 자민당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에 좋은 인물이기도 하다. 자민당에서도 오카다 부대표가 대표를 맡아 차기 중의원 선거를 치르는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찌감치 나왔을 정도다.

다만 민주당 대표로 누가 나서든 오자와 대표의 정치자금으로 인한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내 장악력이 높았던 오자와 사퇴 이후 당이 분열될 경우에는 차기 총선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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