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결국 법정관리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채권단과 채무조정 협상 결렬… 파산보호 신청
피아트와 제휴협상 계속… GM진로도 영향줄듯


미국 3대 자동차회사인 크라이슬러가 경영정상화를 위한 미 정부와 채권단 간의 채무조정 협상이 결렬돼 30일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크라이슬러는 법정관리를 받으면서 정부 주도로 회생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미 고위 관리의 말을 빌려 크라이슬러가 이날 뉴욕 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크라이슬러의 46개 채권단은 지난달 29일 정부의 채무조정안 수용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헤지펀드와 중소은행들이 반대해 협상이 결렬됐다. 미 재무부는 채권단에 69억 달러(약 8조9000억 원)의 부채를 탕감하는 조건으로 채권단에 22억5000만 달러의 현금 지급을 제안했다. 미 재무부는 채권단 가운데 크라이슬러 지분 70%를 보유한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JP모간, 모건스탠리 등 4대 메이저 은행으로부터 동의를 받아냈으나 일부 헤지펀드 등 중소 채권자들의 반대가 많아 설득작업을 벌여왔다.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해서 회사가 곧바로 문을 닫는 것은 아니다. 채권단이 정부 제안을 거부한 것도 파산보호가 크라이슬러의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오히려 채권단에 유리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파산보호 절차에 들어가면 수백 개의 자동차 판매딜러를 털어내 영업망 유지 부담을 덜 수 있고 기존의 환경분담금 납부 의무도 줄어 조기 경영정상화를 할 수 있다는 것. 이럴 경우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와 진행 중인 제휴협상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또 몇몇 헤지펀드는 신용부도스와프(CDS)에 가입해 크라이슬러가 파산해도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해도 피아트는 크라이슬러와의 제휴 계약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크라이슬러가 파산절차에 들어가면 정부와 채권단 간의 법률 다툼으로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일부 채권단은 잔존 가치보다 청산 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법정에서 크라이슬러의 청산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라이슬러의 파산은 다음 달 1일까지 정부와 최종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제너럴모터스(GM)의 진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부로부터 154억 달러의 긴급 대출을 받은 GM 역시 자체 구조조정안이 정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파산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이에 앞서 GM은 지난달 27일 △2만1000명 추가 감원 △판매 조직 축소 △폰티악 브랜드 퇴출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정부에 제시한 바 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챕터 11(Chapter 11)::
미국 연방 파산법의 한 절차. 기업의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하고 자산 매각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절차다. 기업은 영업활동을 계속하면서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반면 ‘챕터 7’은 기업의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즉시 청산절차에 들어가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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