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좋았다, 이제 개혁 박차”

  •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케이크 드실래요?” 지난달 1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직원 생일파티를 즐기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왼쪽)과 백악관 간부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오른쪽)에게 케이크를 건네는 모나 섯픈 비서실 차장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책상에 걸터앉아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이 광경을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달 29일 백악관이 사진공유사이트 플리커에 공개한 300장 가운데 하나. 워싱턴=EPA 연합뉴스
“케이크 드실래요?” 지난달 1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직원 생일파티를 즐기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왼쪽)과 백악관 간부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오른쪽)에게 케이크를 건네는 모나 섯픈 비서실 차장의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책상에 걸터앉아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이 광경을 보며 활짝 웃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달 29일 백악관이 사진공유사이트 플리커에 공개한 300장 가운데 하나. 워싱턴=EPA 연합뉴스
오바마 취임 100일 회견… 北관련 발언은 없어

○ 가장 놀란때: 美직면 위기 예상보다 심각

○ 고민의 순간: 워싱턴 정치개혁 늦게 진행

○ 매혹적 순간: 이라크 장병들 진한 애국심

“출발은 좋았다. 그러나 시작에 불과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4월 29일, ‘변화와 통합’이라는 자신의 국정 목표를 변함없이 밀고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경제위기 극복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부정적 유산 극복에 매달렸던 지난 100일을 넘어 의료보험 개혁, 에너지 자립(석유 의존 탈피), 워싱턴 정치관행의 변화 등 ‘오바마표 개혁’에 매진할 의지도 분명히 밝혔다. 이날 미주리 주에서는 타운홀 미팅, 저녁엔 프라임타임 생방송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진전을 이뤄 낸 것은 기쁘지만 만족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타운홀 미팅에선 “(경제회복의) 진전은 기적이 아닌 노력에 의해 이뤄진다. 나는 기적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고도 했다. 또 “수백만 미국인이 지금도 일자리와 보금자리를 잃은 상태”라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 초기 중앙정보국(CIA)이 테러용의자에게 행한 가혹신문 논란과 관련해 “워터보딩(Waterboarding)은 고문”이라고 확실히 규정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아무리 악랄한 적을 상대할지라도 진정 미국다운 모습을 지키는 게 가장 나은 일임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 등 강경보수파가 말하는 “가혹신문 방법이 유익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주장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진정) 그런 방법이 아니면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없었을까, 그리고 그런 신문의 결과 우리는 더 안전해졌나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만약 내가 취임했을 때 은행이 활력에 넘치고, 자동차가 잘 팔리는 상황이었다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북한의 의료보험 같은 문제만 걱정하면 됐겠지만…”이라고 언급한 게 전부였다.

돼지인플루엔자(SI) 확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각급 학교에 대한 휴교령 등 비상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돼지인플루엔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대신 ‘H1N1 플루 바이러스’(돼지인플루엔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가운데 가장 대표적 종류)라고만 지칭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그는 이날 취임 후 가장 놀랐던 일을 꼽으라는 질문에 “출마를 결심할 때만 해도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위기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대부분 대통령은 2, 3개의 큰 문제를 안고 취임하는데 나에겐 7, 8개의 대형 문제가 던져졌으며 신속히 움직여야만 했다”고 말했다. 가장 골머리를 앓은 일은 “워싱턴의 변화(정치개혁)가 느리다는 점”을 꼽았다. 가장 매혹적이었던 순간으로는 “(이라크를 방문해) 장병들을 만나 그들의 진한 애국심을 느꼈을 때”라고 답했다.

가장 겸허함을 느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는 “대통령 직은 매우 막강하지만 사실은 미국의 삶이라는 거대한 직조물의 한 부분이며, 수많은 다른 파워센터가 있다. 그냥 버튼을 누를 수는 없다. 은행가들에게 내가 원하는 걸 갑자기 하라고 할 수도 없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국가란 배는 스피드 보트가 아니라 거대한 대양함”이라며 항로를 조금만 바꿔도 미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향후 오바마 대통령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금융정책에 대한 현장 금융계의 반응 △주요 개혁 정책에 대한 의회의 협조 여부 △숱한 외교 현안에 대한 외교안보팀의 조율 등을 꼽았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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