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98세 할머니 “뜨개질하며 버텼다”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01분


이탈리아 라퀼라 지역 지진으로 무너진 폐허 속에서 20세 여대생이 42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7일 이탈리아 ANSA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구조팀은 파괴된 5층짜리 건물의 잔해 속에서 엘레오노라 칼레시니 씨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잠옷 차림인 그는 42시간 동안 콘크리트와 철근 사이에 다리가 끼인 채 물 한 모금 못 마신 상태였지만 구조 당시 의식이 있었다.

생존자를 찾지 못해 수색작업을 끝내려던 구조팀은 “살려 달라”는 소리에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구조팀은 “건물 잔해를 치우는 도중 강력한 여진이 발생해 긴장했지만 생존자가 다행히 무너진 기둥 사이의 좁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칼레시니 씨는 헬기로 인근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리아 단투오노 할머니(98)도 30여 시간 만인 7일 오전에 구조됐다. 부상 없이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구조된 단투오노 할머니는 “구조를 기다리며 뜨개질을 계속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조된 소수 생존자를 제외한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8일 현재 확인된 사망자는 260명으로 늘었고, 부상자 1000여 명 중 100명은 중태다. 한 20대 젊은 커플이 꼭 껴안고 숨진 채 발견돼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더구나 전날 저녁에는 리히터 지진계로 규모 5.6의 강력한 여진이 발생했다. 이 여진은 6일 새벽 규모 6.3의 첫 지진 이후 발생한 200여 차례의 여진 중에서 가장 커 100km 떨어진 수도 로마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도시 곳곳에는 생존자 1만5000명을 위한 파란색 임시 천막촌이 세워졌지만 200여 명은 이마저 구하지 못해 차량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건넨 스파게티를 받아든 버질리오 콜라야니 씨(70)는 “아이들도 죽고 가족 15명을 한꺼번에 잃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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