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개최 런던 ‘분노의 폭풍 전야’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4분


“금융인 목 매달자”등 섬뜩한 시위 동시다발

금융사들 “회의 기간엔 정장 입지말라” 단속

‘금융인의 목을 매달자(Hang the Bankers).’

‘은행 건물을 습격하자(Storm the Banks).’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영국 런던 거리에는 요즘 이런 섬뜩한 슬로건들이 나붙었다.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무능과 금융인의 무책임한 행태를 질타하는 시위가 벌어지면서 이런 과격한 문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런던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주요 도시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글로벌 경제위기 해법과 금융체계 개혁을 논의하는 G20 정상회의가 시민들의 쌓인 불만을 터뜨리는 ‘화풀이 장’이 될 조짐이다. 단순한 시위 수준이 아니라 강도 높은 분노가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 여느 시위와 다르다. 특히 최근 AIG 보너스 사태는 유례없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대중의 노여움에 기름을 끼얹었다. 지난 주말 3만5000여 명이 모인 런던 하이드파크 시위에는 ‘은행가의 뇌를 파먹자’라는 문구까지 등장했을 정도.

시위 조직에 참여한 크리스 나이트 이스트런던대 교수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회의를 하루 앞둔 4월 1일 공적들의 인형을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라며 “그 다음 날에는 진짜 금융인이 가로등에 목이 매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시위 관계자들은 “만우절 농담”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시위가 과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회의 당일에는 비정부기구(NGO)와 노조, 빈민 구호 및 환경단체를 포함한 150여 개 단체가 대거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G20 멜트 다운(melt down)’이라는 시위조직 단체는 웹사이트에 “집 잃은 자, 직장을 잃은 자, 저축한 돈과 연금을 잃은 자, 세금을 떼먹고 보너스 잔치를 하는 자본주의자들을 혼내주고 싶은 사람들의 축제”라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같은 금융회사들은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해 직원들에게 “회의 당일에는 정장을 입지 말고 서류가방이나 노트북PC 가방도 들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 보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프레드 굿윈 전 회장의 자택이 최근 습격당한 사건도 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들었다.

암스테르담자유대의 버트 클랜더먼 교수는 “분노는 집단행동을 부추기는 감정적 동력”이라며 “단순히 감정 표출을 넘어서 시위가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믿는 참가자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분노는 각국 지도자를 압박하고 자본주의의 폐단을 고칠 수 있는 좋은 계기이지만 여론몰이 식 정책결정과 포퓰리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영국 경찰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정상들이 묵는 호텔이 게릴라식 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모든 휴가를 취소하고 사상 최대 규모의 병력을 동원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내년말 OECD 대부분

실업률 10%대 이를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9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8(주요 7개국+러시아) 노동장관회의에서 배포된 보고서에서 “2010년 말까지 일본을 제외한 G8 회원국, 그리고 OECD 회원국 대부분의 실업률이 10%대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이런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OECD 회원국의 실업인구는 3년 연속 늘어나는 것이며,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1980년대 초까지 10년간 계속됐던 불황 때보다 더 큰 큐모”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보고서는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처럼 크게 높아진 실업률을 극복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실제 G8 중 몇 개 국가는 (1970, 80년대) 위기 이전의 낮은 실업률 상태로 돌아가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올해 1월 OECD 평균 실업률이 6.9%로 1년 전에 비해 1%포인트 늘어났으며, 1월 이후로도 OECD 국가 지역에는 720만 명의 실업자가 추가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