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꺾인 ‘금융 대영제국’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7분


국가부채비율 한국의 2배… 국가 위험도 42개국 중 11위

제조업보다 금융업 중시

글로벌 위기에 경제 취약

올 성장 선진국 최악 전망

더 타임스 “세계의 병자로”

《영국 경제가 심상찮다. 금융산업을 바탕으로 한때 유럽 경제의 최우등생으로 칭송받았지만 지금은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한국의 2배에 이르고 있다. 12일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위기 후 정책 조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2.9%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7번째로 비교적 건전한 편이다. 반면 영국은 올해 61.0%로 G20 중 12위를 기록했다. 이어 내년 68.7%, 2014년 76.2%로 부채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11일 크레디트스위스가 발표한 ‘국가 위험도’

에서도 영국은 42개 분석대상국 중 11위로

한국(19위)보다 위험한 국가로 분류됐다.》

▽영국, ‘이빨 빠진 사자’로 전락=미국의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영국 경제에 대해 ‘100년 만에 최악’이라는 안팎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영국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5%를 기록했다. IMF는 올해 영국 경제성장률이 ―2.8%까지 추락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자도 올 들어 200만 명을 넘었다. 영국 상공회의소는 내년 2분기(4∼6월)에는 실업자가 3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등 영국을 대표하던 은행들은 경영위기로 영국 정부가 거액의 구제금융을 투입하면서 줄줄이 국영화되는 운명을 맞았다.

▽금융에 다걸기, 제조업 무시로 몰락=지난 10여 년 동안 영국은 금융업을 중심으로 호황을 누리며 대영제국의 위용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금융에 다걸기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영국 정부는 금융업을 위해 고금리, 고환율 정책을 유지했다. 금융부문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4%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금융 외 마땅한 성장동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 실물경제의 기초인 제조업 기반은 금융업 중시와 함께 허물어졌다. GDP에서 제조업 비중은 1997년 20.3%에서 2007년 12.6%로 낮아졌다.

이에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금융 중심지 ‘시티 오브 런던’의 시대가 끝나면서 영국은 이제 팔 것이 없어졌다”며 “미래가 없는 영국을 떠나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영국 언론들의 걱정도 크다. 최근 더타임스는 “IMF 구제금융을 받은 1970년대 ‘유럽의 병자’였던 영국이 이제 ‘세계의 병자’가 되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영국이 금융위기 초기에는 타격이 컸지만 위기를 잘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영국 정부가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공격적으로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했으며, 주요 은행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다음 달 G20 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함께 경기부양 확대와 국제 공조에 앞장서고 있으며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강구 중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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