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분교 유치… 카타르의 ‘교육 혁명’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0분


정부의 막대한 재력을 교육 발전에 쏟아 붇고 있는 카타르는 ‘미니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에듀케이션 시티를 만들어 미국 명문대의 분교들을 유치했다. 사진은 텍사스A&M대 분교 전경.
정부의 막대한 재력을 교육 발전에 쏟아 붇고 있는 카타르는 ‘미니 아이비리그’라 불리는 에듀케이션 시티를 만들어 미국 명문대의 분교들을 유치했다. 사진은 텍사스A&M대 분교 전경.
코넬대 의대 분교(위)와 카네기멜런대 분교(아래)의 수업 장면. 도하=김희균 기자
코넬대 의대 분교(위)와 카네기멜런대 분교(아래)의 수업 장면. 도하=김희균 기자
카타르재단 관계자들이 지난달 카네기멜런대 분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에 출범할 국제 교육포럼인 WISE의 내용과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도하=김희균 기자
카타르재단 관계자들이 지난달 카네기멜런대 분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에 출범할 국제 교육포럼인 WISE의 내용과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도하=김희균 기자
‘중동교육의 메카’ 꿈꾸는 에듀케이션 시티 현장을 가다

흔히 중동 국가를 떠올리면 천문학적인 ‘오일 머니’와 그 근원인 천혜의 자원을 부러워한다. 어릴 때부터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야 잘살 수 있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워온 우리에게는 더욱 그렇다. 걸프 국가 중에서도 카타르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3위, 석유 매장량이 세계 6위인 부국(富國)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2007년 1인당 국민총소득(GNI)에서 카타르는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13위였다. 전 세계 경기가 얼어붙었지만 연간 8%의 지속적인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카타르의 건설 붐은 여전하다. 최근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두바이의 고급 인력이 카타르로 넘어올 정도다. 가스만 파내도 부자인 카타르 정부가 최근 교육에 빠졌다. ‘공부를 안 해도 잘사는데 왜 정부가 교육에 다걸기(올인)할까’라는 우문(愚問)을 안고 지난달 카타르를 찾았다.

○ 1000만 ㎡넘는 면적에 교육단지 조성

카타르는 국부가 넘치다 보니 교육도 복지도 모두 무료다. 해외 유학비용까지 정부가 지원해 준다. 그러나 해외 유학은 지도층 자녀들만 떠난다. 일반 국민은 대학에 갈 생각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낮은 교육열을 타파하기 위해 하마드 칼리파 알 타니 국왕은 1995년 카타르재단을 세우고 교육과 연구에 예산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기술이 날로 발전하는데 언제까지 천연가스가 비싸게 팔릴지 알 수 없다’는 위기 인식에 따른 것이다.

카타르재단의 최대 성과는 2003년 세워진 에듀케이션시티(교육도시).

마천루가 즐비한 수도 도하 시내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10분 정도 달리면 1000만 m²가 넘는 광활한 교육단지가 펼쳐진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미국 코넬대,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조지타운대, 카네기멜런대, 텍사스A&M대, 노스웨스턴대의 분교를 끌어들인 이곳은 ‘미니 아이비리그’라 불린다.

규모는 대학당 한두 개 건물로 단출하지만 각 대학의 간판 학과가 진출한 만큼 교수진과 시설은 탁월하다. 학비와 입학, 교육과정은 본교와 같고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콧대 높은 미국 명문대들이 이곳에 분교를 낸 이유는 역시 돈이다.

카타르재단은 공개를 꺼렸지만 코넬대 의대만 해도 10년간 7억 달러가 넘는 지원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성급 호텔 수준의 교수 숙소, 본교보다 높은 연봉도 카타르 정부가 지원한다.

대학에 대한 규제는 전혀 없다. 카타르법을 따를 필요가 없는 것. 학교에서 벌어들인 수익도 본교로 보낼 수 있다.

과실 송금이 제한되고 규제가 너무 많아서 제주특별자치도나 송도국제도시조차 외국 대학 유치에 고전하는 우리와는 딴판이다.

마이클 버티건스 코넬대 의대 대외처장은 “이곳 대학은 교육과정과 실습, 교재 등이 모두 본교와 똑같고 교수진도 교류한다”며 “코넬대 의대 분교는 미국 밖에서 미국 의학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유일한 학교”라고 만족스러워했다.

텍사스A&M대 공대에서는 검은 아랍 전통 의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린 여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여성 활동이 제한된 이슬람 문화 때문에 해외 유학을 못 가는 여학생들에게 이곳은 귀한 고등교육 통로다. 대학마다 여학생은 40% 정도다. 최근 이곳을 거친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여권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서남아시아와 다른 중동 국가에서 유학 온 학생도 절반이 넘는다.

유학생도 학비를 전액 대출받을 수 있고, 졸업 이후 5년간 나눠 갚으면 된다. 경기가 좋으니 졸업과 동시에 고소득 전문직으로 취업할 수 있다. 유학생이 날로 느는 이유다.

○ 격년제 국제포럼 개최… 교육계 노벨상 시상

카타르 정부는 올해 한 차원 높은 교육 투자를 시작한다.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제도를 모색하기 위한 국제포럼을 시작하는 것. 행사 개최 소식을 미리 알리기 위해 모자 왕비가 지난달 30여 개국 기자 100명을 초청했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WISE라 이름 붙은 이 행사는 사흘 일정으로 9월 28일에 개막하며 2년에 한 번씩 열린다.

아마드 하스나 WISE 포럼 부의장은 “카타르 정부는 교육 발전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고 얼마든지 투자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다른 국제 교육포럼과 달리 전문가, 정책 결정자, 기업, 민간 등 각계각층이 참여할 수 있어 독특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의 노벨상을 표방하는 시상식도 열린다. 이름은 ‘Call for projects’로 다소 어렵다. 다원주의, 지속가능성, 혁신이라는 3가지 주제에 대해 뛰어난 교육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6개 기관이나 인물을 선정해 2만 달러씩의 상금을 줄 계획이다.

공공 기관, 민간 업체, 개인 등 교육에 기여하는 이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접수는 홈페이지(www.wise-qatar.org)에서 5월 1일부터 받는다.

도하=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에듀케이션 시티 개요

△위치: 카타르 수도 도하의 서북쪽

△설립: 2003년 카타르재단이 설립

△면적: 1012만 m²

△설립 취지: 교육을 통한 지식 경제 기반을 만들기 위해 우수한 초중고교 및 대학을 세우고 유명 해외 대학을 유치. 이슬람, 아시아, 경제, 기술, 여성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소 육성 지원

△해외 대학 분교 현황: 코넬대 의대, 버지니아 커먼웰스대(디자인학), 카네기멜런대(경영학, 컴퓨터공학), 텍사스A&M대(엔지니어링), 조지타운대(외교학), 노스웨스턴대(저널리즘)

△산학 협력 중심: 3월 카타르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파크를 열어 다국적 기업에 모든 세금을 면제하는 등 각종 혜택을 주고 산학 협력을 지원. 엑손모빌, GE,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이 R&D 투자

○ WISE 개요

△WISE란: World Innovation Summit for Education의 약자.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들기 위한 국제적 토론 행사

△출범: 카타르재단이 2009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

△일정: 9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제1회 WISE 포럼 개최

△구성: 각국 정부, 재계, 시민단체, 학자, 오피니언 리더 등이 모여 교육 문제를 논의하는 ‘WISE 포럼’과 교육 발전에 기여한 단체나 개인에게 상을 주는 ‘Call for Projects’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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