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을 어찌할꼬”…서유럽 군사지원 요청에 냉담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오바마 “1만7000명 증파” 서명

취임 한 달을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면한 외교안보분야에서의 도전은 거세다.

북한 이란 등 전통적인 ‘트러블 메이커’들의 도발 움직임,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주적(主敵)으로 떠오른 알 카에다와 벌이고 있는 ‘무한전쟁’,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러시아의 용틀임 등 양상도 다양하고 동시 다발적이다.

전통적인 우방 서유럽까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협조 요구에는 미적거리면서 기후변화협약 등 글로벌 어젠다에는 ‘달라진 미국’을 보여 달라고 조르고 있다. 차세대 슈퍼파워 중국도 미국이 보호무역주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17일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전투 및 지원병력 1만7000명을 증파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증파 병력은 해병대 원정여단 8000명, 육군 스트라이커여단 4000명, 지원병력 5000명이다. 4월 20일로 예정된 아프간 선거 전에 1진을, 나머지는 여름에 보낸다. 19세기 말 대영제국, 20세기 초 소련 등이 개입해 실패하면서 ‘제국의 무덤’이라는 별명을 얻은 아프간 전쟁을 마무리하겠다는 게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이지만 길은 멀어 보인다.

6∼8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프간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회원국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특히 탈레반과 알 카에다가 사용하고 있는 파키스탄 내 거점을 소탕하지 않으면 아프간 전쟁은 제2의 베트남 전쟁이 될 수도 있다는 미국의 위기의식에 대해 “그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문제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를 순방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엄중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것도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또 30여 년간 단 한번도 직접대화에 나서지 않았던 이란과 핵협상을 벌일지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뉴욕타임스는 “이란과 대화에 나설 경우 비밀리에 가동 중인 이란 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제거 계획의 중단을 고려해야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대화 실패 시에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잃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도 과거 자신의 앞마당이었던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에서 세를 과시하고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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