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빈부격차 좁힐 기회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 오바마의 ‘약속’ 이뤄질까

인종-경제-문화 등 다방면서 도전에 직면

중산층 소득 낮아져 사회보장제 파산 위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변화를 약속했지만 지금 미국은 그 어떤 대통령도 다루기 만만찮을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미 인종(人種)과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미국을 이끌게 되면서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21일 분석했다.

우선 인구 구성의 변화다. 이 신문은 미국에서 유럽계 백인이 현재는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다수’이지만 점점 비중이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히스패닉과 흑인, 아시아계 등 ‘소수’의 증가 속도가 빨라 조만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백인들이 다양한 인종들과 어울려 나라의 정체성과 통합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인종 구성은 백인이 66%이며 △히스패닉 15.1% △흑인 12.3% △아시아계 4.3% △기타 2.3% 등이다.

괜찮은 일자리가 사라져 중산층 소득이 낮아진 것도 큰 변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2001년 중산층의 가구당 소득은 5만557달러(2007년 가치로 환산)였지만 2007년은 5만233달러로 줄었다. 고소득계층이라고 다르지 않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박사와 변호사 등 고학력 계층의 소득은 2000년에 비해 2007년이 더 적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임금 금융 분야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55∼64세 연령대가 급증해 이미 의료와 연금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사회보장제도는 이번 경제위기가 오기 전부터 “30년 안에 파산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고 의료보험은 이보다 빨리 파산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막 시작된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는 경제위기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대통령에게 큰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는 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긍정적 변화도 있다. 인종 갈등이 누그러져 사회통합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인들이 저축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도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인들은 그동안 저축보다 소비에 치중해 최근 한때 마이너스 저축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경제위기가 빈부격차를 좁힐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에선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소득기준 상위 1% 계층의 소득은 연평균 11%씩 늘어난 반면 나머지 99%의 소득은 매년 1%도 늘지 못했는데 경제위기로 부자들 소득이 줄어 격차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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